[동하한담冬夏閑談] 君臣과 仇讐 사이

2018-02-26 05:00
서함원 전통문화연구회 상임이사

"聚則爲君臣(취즉위군신)이요 散則爲仇讐(산즉위구수)라." 즉, '모여 있으면 군신 간이지만 흩어지면 원수지간이다'. 소동파가 1071년 송나라 신종황제에게 올린 만언소에 있는 말이다. 동파의 글을 좀 더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書曰(서왈) 予臨兆民(여림조민) 凜乎(늠호)라 若朽索之馭六馬(약후삭지어육마)라 하니 言天下莫危於人主也(언천하막위어인주야)니이다."

"옛글에 이르기를 ‘내가 억조 백성들을 다스리지만 서늘하구나. 마치 썩은 새끼줄로 여섯 마리 말을 모는 것과 같다’라고 하니 이는 천하에서 임금 자리보다 더 위태로울 게 없다는 말입니다."

이어 동파는 “군신이 모여 있을 때는 군신 간이지만 정세 변동으로 흩어지게 되면 군신이 원수로 변한다”고 간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붙이보다 더 가까이 보듬고 살았던 문고리 3인방, 그리고 함께 권력을 누렸던 비서실장, 수석비서관이 "대통령 지시로 했다"고 털어놓은 것은 다 먼 옛날 얘기가 됐다.

이번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 대통령이나 서울시장, 대기업 회장 때는 그 앞에서 숨도 한번 크게 쉬지 못했을 부하들이 세상이 바뀌자 "다스는 MB것"이라고 실토하고 각자 살 길을 찾고 있다. 삼성의 제2인자로 오너와 영화를 같이 누렸던 이도 일이 터지자 곧바로 검찰에 출석해 전말을 다 밝히고 있다.

아랫사람을 헛되이 믿기보다는 '썩은 새끼줄로 여섯 마리 말을 몰듯' 조심하고 긴장하며 일을 했다면, 부하가 원수로 변하는 꼴을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동파는 이렇게 덧붙였다. "人主之所恃者(인주지소시자)는 人心而已(인심이이)다." 즉, '군주가 믿을 것은 민심뿐이다'. 두 전 대통령은 과연 민심을 믿고 두려워했는가? 아니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우습게 알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했는가? 천년 전 고전에서도 믿을 것은 민심뿐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세상 이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