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압도적으로 ‘평창올림픽 워스트’된 한국 여자 팀추월 대표팀
2018-02-21 10:50
반면 ‘평창 최악의 순간(Worst)'을 꼽는 데에는 이견이 많지 않을 것 같다. 너무나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 팀 추월 대표팀이 모든 것을 추월했다.
팀이 함께 하지 않았던 팀 추월, 팀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기 후 인터뷰, 팀원이 모두 함께 하지 못한 공식 해명 기자 회견, 이후 이어진 진실게임까지. 올림픽에서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들은 다 보여주고 있다. 그 어디에도 팀은 없다.
김보름-박지우-노선영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 팀 추월 대표팀은 지난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3분03초76으로 7위에 그치며 준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김보름, 박지우가 지친 노선영을 맨 뒤에 두고 4초 가량 먼저 들어온 것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경기 후 노선영은 동료들의 위로 한 마디 듣지 못한 채 혼자 울어야 했고, 김보름이 노선영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인터뷰는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파장은 매우 컸다. ‘김보름, 박지우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라’는 청와대 게시판 청원에 하루 만에 30만명 넘게 동참했다.
팀추월은 3명이 팀을 이뤄 400m 트랙을 6바퀴(남자는 8바퀴) 도는 경기다. 가장 마지막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기록으로 순위를 가린다. 맨 앞 사람이 뒷사람들의 공기 저항을 덜어주고, 맨 뒤에 사람은 지친 두 번째 사람을 밀어주며, 팀이 함께 달리는 경기다. 노선영이 마지막에서 크게 뒤쳐진 것은 분명 작전의 실패였다. 김보름이 마지막 2바퀴를 선봉에 이끌기 전에 노선영이 반 바퀴를 가장 앞에서 탔고, 이후 가운데가 아닌 맨 뒤로 이동했다.
당연히 스포츠에서 작전은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것이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백철기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감독은 20일 연 공식 기자회견에서 “경기 전에 노선영이 더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서 중간에 놓고 가는 것보다 속도를 유지해서 따라가는 게 기록 향상에 좋다고 직접 이야기 했다. 노선영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선영은 20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직접 말한 적은 없다. 전날까지 내가 두 번째로 들어가는 거였다. 경기 당일날 워밍업 시간에 (코칭스태프가) ‘어떻게 하기로 했냐 너희’ 이렇게 물어보셔서. ‘저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백 감독은 20일 "선영이가 맨 뒤로 빠지겠다고 한 것을 나만 들은 게 아니다. 기자회견까지 열어 거짓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반박했다. 진실은 아직 알 수 없지만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간에 의사소통이 잘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여자 팀추월팀은 올림픽 시작 전부터 흔들렸다. 노선영은 지난달 말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 착오로 올림픽 출전이 무산 될 뻔 했다. 연맹은 개인 종목 출전권을 못 딴 노선영이 팀 추월에도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힘든 시간을 보낸 노선영은 “특정 선수들이 따로 훈련한다. 팀추월 훈련을 한 번도 함께 하지 않았다”는 인터뷰를 했다.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러시아 선수 2명이 도핑으로 탈락하면서 1500m 출전권을 얻은 노선영은 극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김보름-박지우-노선영은 21일 오후 8시54분에 폴란드와 팀 추월 7~8위전에 출전할 예정이다. 그때까지 대한빙상경기연맹, 코칭스태프, 선수들 사이에 벌어진 간격을 조금이라도 좁힐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