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종 칼럼] 평창동계올림픽과 국가 브랜드
2018-02-18 13:55
평창동계올림픽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개막식에서 남과 북의 선수단이 하나가 되어 한반도기를 흔들며 입장했고,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과 북측 응원단과 공연단의 방문에 대한 국내외 관심도 뜨거웠다. 한편에서는 이것이 남북한의 평화 의지를 세계에 과시해 올림픽 스포츠의 궁극적인 목표인 평화에 한 걸음 다가간 쾌거라고 평가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가 애써서 유치하고 준비한 대회를 북한이라는 호전적이고 세계의 웃음거리인 깡패 국가에 그 공을 넘겨준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평창 올림픽인가, 평양 올림픽인가’란 논란이 지속되는 지금 과연 어느 편이 옳은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올림픽이 끝나고 그 열기가 식은 다음 냉정을 되찾은 가운데 이해득실을 엄밀하게 따져보면 된다. 중요한 것은 왜 그러한 뜨거운 논쟁이 계속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이러한 대회가 국가 브랜드라는 중요한 가치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나라가 올림픽 같은 국제적인 메가 이벤트를 개최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자금, 인력 등 많은 자원이 소요되고 개최지 시민들에게 교통 문제 등 여러 가지 불편을 끼침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나 도시가 이러한 행사를 유치하려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국가나 도시 브랜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가 브랜드 연구 분야 선구자인 영국의 사이먼 안홀트는 높은 국가 브랜드 가치가 크게 세 가지 이득을 준다고 한다. 수출의 증대, 외국인 투자의 증가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가 그것이다. 그 밖에도 국가 신인도 향상, 국가 화폐 가치의 안정, 외국과 동맹이나 협약 체결 시 용이성 등 여러 가지 보이지 않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브랜드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국가 브랜드는 한 나라의 문화, 국민성, 자연, 역사, 전통, 제도, 이념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이러한 제반 요소를 종합하여 분석한 결과 독일이 작년 현재 세계 최고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지닌다고 안홀트 국가 브랜드 지수는 밝히고 있다. 그 전 몇 년간은 미국이 세계 최고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보유했으나 폐쇄적인 이민 정책과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이 가치가 하락했고, 반면 독일은 포용적인 대외 정책 그리고 축구 등 스포츠와 문화 등 여러 분야의 성과로 인해 1위 자리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과연 어떤 이유일까? 무엇보다 정책의 일관성 부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기 정권 입맛에 맞는 정책을 새로 추진하면서 과거 정책은 깡그리 폐기한다. 이런 문제는 비단 브랜드 정책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그 폐해는 특히 브랜드 문제에 있어 심각하다. 한 나라의 대외 브랜드 이미지는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되고 한번 형성되면 쉽게 고쳐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그것은 국가 브랜드가 일종의 스테레오 타입(고정관념)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브랜드를 무시하고 무조건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 실패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영국은 몇 년 전 ‘쿨 브리태니아’라는 신선한 브랜드 캠페인을 벌였지만 이것이 영국의 오랜 전통을 무시하고 너무 새로운 것만을 강조한다는 비판 때문에 실패한 바 있다. 우리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새 정부라고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를 무시하고 무조건 새로운 정책을 내 세우면 당연히 실패한다. 이와 관련하여 꼭 필요한 것이 브랜드 정책 수립 이전의 사전 조사와 연구이다. 현재 우리 나라가 갖고 있는 대외 브랜드와 이미지가 무엇인지,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하고 체계적인 조사이다. 이에 대한 완벽한 분석이 끝난 이후에나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정책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들을 수행하는 데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나 민간 연구 기관 등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우리의 현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외국의 전문가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우리를 보는 시각은 항상 우리 위주의 관점이 들어 있어 편향적으로 흐를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