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중앙은행 가상화폐와 거리두기…"디지털 통화에 대한 논의는 필요"

2018-02-15 12:51

[사진=연합/AP]


일본 중앙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 발언을 늘리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 13일 가상화폐에 대해 단순한 투기적 대상이며, 통화로서의 기능은 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다른 중앙은행들의 규제 움직임에 발맞춰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일본은 가상화폐 거래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국가 중 하나다. 최근에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 2월 16일부터 3월 15일까지 지난해 가상화폐 거래에서 발생한 투자 수익을 자진 신고하도록 공시하면서, 세금 과세를 공식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주변국인 중국과 한국이 강력한 규제에 돌입하는 가운데 일본은 비교적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서는 느슨한 개입을 해왔던 편이다. 

그러나 구로다 총재는 가상화폐에 대해 "거래 대부분이 투기적 목적"이라며 “지불 결제 수단으로써 엔화와 같은 합법적 통화를 위협할 일은 없을 것이며 (통화라기보다는) '암호화 자산(crypto asset)'으로 불러야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화폐라는 명칭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이같은 이러한 논조는 다른 주요 중앙은행의 기조와도 발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라면서 유럽중앙은행(ECB) 드라기 총재가 가상화폐가 결제에 적합치 않다고 강조한 것은 지적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일본 은행에는 중앙은행이 디지털 통화를 발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중앙은행이 결제인프라를 통해 개별 금융거래 정보를 모두 움켜쥐게 되면서 민간은행의 예금 업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국의 중앙은행도 디지털 통화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통화의 경우에는 자국통화의 국제금융시장에서 신용도가 낮은 신흥국에서는 도입 필요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국제적 기축 통화로 자리잡은 달러와 엔의 경우에는 별다른 불편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존 통화 발행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디지털 통화 인프라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