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3高+1을 넘어라] 상대적 체감도 악화된 기름값, 하반기에는 내릴까

2018-02-12 14:30
3년새 최저치 대비 2.5배 높아져...2006년 초 10년 새 최저유가 기록해 기저효과로 체감상승세 높아
2008년 국제유가 지금의 2배 넘는 150달러 육박하기도 해
국제유가 상승요인은 한파 뿐만 아니라 중동 정세불안, OPEC 감산 추세, 달러 약세 등 지목
유가 상승 이어질 때 소비 위축, 기업의 매출 감소, 원가 상승에 따른 투자 회피 우려되기도 해
다만, 미국 셰일오일 생산으로 2분기 또는 하반기 중 국제유가 하락세...60달러 수준 예측

[사진=연합/로이터]


지난달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 시대로 올라서면서 최근 유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후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국내 기름값은 29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다.

역대 최고치에는 미치지 못한 수준이지만, 최근 3년 새 급상승한 탓에 유가에 대한 체감도가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하반기 들어 셰일오일 생산으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서부텍사스유(WTI)는 지난달 26일 배럴당 66.14달러를 기록, 2016년 2월 12일 26.21달러 대비 2.5배 상승했다. 브렌트유 역시 지난달 24일 배럴당 70.53달러 수준으로 오르면서 2016년 1월 22일 27.88달러 대비 2.5배나 올랐다.

최근 상승세가 두드러진 국제유가는 150달러에 육박했던 과거 대비 절반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가격이다.

WTI의 경우, 2008년 7월 3일 배럴당 145.29달러에 달했고, 같은 해 7월 4일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146.60달러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10년 새 최고치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유가상승 체감도는 최근 들어 악화됐다.

최근 10년 새 국제유가의 최저치 기록이 겨우 3년밖에 지나지 않는 등 기저효과 때문이다. 3년 새 2.5배 수준의 유가 상승에 대한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진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 요인으로, 연초 미국의 한파 영향에 따라 난방용으로 석유 사용이 급증했다는 점을 들었다.

또 최근 지속적인 국제유가 상승 원인으로 글로벌 성장 기조에 따라 늘어난 원유 수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지속적인 감산 추세, 이란 등 중동 산유국의 정세불안 등을 손꼽았다.

여기에 달러 약세 역시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렇다 보니 유가 상승에 대한 부담감은 소비 위축, 기업의 매출 감소, 원가 상승에 따른 투자 회피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등 우려감이 높아진다.

특히 국내 기름값은 28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름값 상승 체감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다.

지난달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국제유가 상승의 한국 경제 파급효과’ 보고서를 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로 상승하면 실질 국민총생산(GDP)이 0.22%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80달러 시대에는 0.96%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향후 100달러대까지 치솟지는 않을 것으로 업계와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오히려 하반기 들어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중동발 산유국의 경쟁자로 부상한 미국이 셰일오일 생산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 유가는 최근 엿새째 하락세를 지속, 배럴당 60달러 선이 무너졌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원유(WTI) 3월 인도분 가격은 지난 9일 전날보다 3.2%(1.95달러) 급락한 59.20달러를 기록했다.

에너지기구도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 인플레이션 상승 및 실질구매력 하락에 따라 원유 수요 증가가 제약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셰일오일 생산 증가세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20달러 수준에서도 채산성을 갖추게 된 셰일오일이 국제유가 상승기조 속에서 증산될 것으로 예상돼 국제유가의 균형을 맞춰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진다.

이광호 LG 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이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셰일오일 생산의 경우 장비와 인력, 재료 등 인프라 부족으로 생산량에 제한이 뒤따를 수도 있다"며 "그러나 국제유가 하락세는 중국 등 경제성장 규모가 큰 국가들이 석유를 토대로 한 성장을 기피하는 등 원유 수요가 줄어든다는 점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셰일오일이 있어 유가가 70달러 이상은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제유가가 과거처럼 물가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