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지방분권 시대로] 지방분권은 선진국 도약의 '뜀틀'… '재정'이 관건
2018-02-05 20:30
文대통령, 연방제급 지방분권 설계
국세 편중 높아 중앙정부 재정 장악
"지방세 비중, 대등하게 확대해야"
국세 편중 높아 중앙정부 재정 장악
"지방세 비중, 대등하게 확대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연방제 수준의 강력한 지방분권국가를 천명했다. 산업화를 넘어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는 데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반드시 달성해야 할 소중한 가치를 담고 있다.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수직적 위계에 따라 모든 권력이 대통령과 중앙정부에 집중된 구조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다양한 시대적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수도권 중심 불균형 성장 전략을 취해온 결과, 수도권은 비대해지고 지방은 점점 낙후됐다.
1995년 지방선거로 지방자치가 시작됐지만 한계는 여전히 뚜렷하다. 23년이 지난 지금도 지방분권이 삐걱거리는 것은 정부가 재정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의 열악한 재정 상태와 제한된 권한에 맞춤형 정책은 물론 각 지역 고유 문제점조차 쉽사리 풀어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방분권 국가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뜨겁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중앙집권적 권력구조를 벗어나 지방분권 국가로 도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열린 '2018년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비전회의'에서 "올해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해 논의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어 "이젠 중앙이 모든 것을 움켜쥐고 있다가 적당히 먹고살라며 나눠주는 방식으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해외 선진국을 돌아보면 지방자치가 안 된 나라가 별로 없다. 스위스,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중앙정부가 큰 틀의 정책 결정과 통치에만 관심을 보인다. 실질적 운영 권한은 지방정부에 이양, 권한은 헌법을 통해 보장한다.
세계 최고 지방분권 국가인 스위스는 10년 연속 국가 경쟁력 1위를 기록했다. 1848년 하나의 통일된 국가가 되도록 중앙정부를 두되 각 주 자치제도를 살려 자기 일을 스스로 해결할 권리를 가진 헌법을 제정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역할 분담을 통해 각 지방 경쟁력을 높이면 그 총합 이상으로 국가 경쟁력은 높아진다.
1980년대부터 본격화된 프랑스 지방분권형 개혁은 강력한 지방조직을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거점산업과 도시재생사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오늘날 리옹은 명실상부한 프랑스 제2의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성경륭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계적 흐름를 보이는 분권화 없이 선진국에 진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중앙집권국가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한 선진국 대열에 오를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8대2 수준이다. 지난해 국세와 지방세는 각각 242조3000억원, 71조2000억원이었다. 우리가 내는 세금 80%를 국가가 가져간 후 지방정부는 다시 그 예산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구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국세 편중도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54.3대 45.7, 독일은 51.0대 49.0 등 연방제 국가일수록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대등했다.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나라인 일본은 2000년대 중반 대대적인 지방분권 개혁을 시행했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59.2대40.8 수준이다.
이렇듯 취득세·지방소득세·지방소비세·주민세 등으로 구성된 지방세 비율을 확대하면, 지방정부가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조희문 한국외대 국제지역법센터장은 "많은 나라는 어떻게 하면 권력을 분산시키느냐 하는 것을 핵심과제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해 한국지역정책학회장 역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는 데 있어 분권과 균형발전은 달성해야 할 소중한 가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