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포럼, “인공지능시대 다원적 가치 목표는 안전과 혁신, 조화”

2018-02-04 23:38
3일 ‘지식재산과 기술’ 韓·中 전문가 포럼 개최
중국 특허·전문가 자질·벤처 생태계·인공지능 등 ‘지식의 향연
“중국 발명특허 세계 1위 배경은 정부 육성 정책”
“좋은 전문가 되려면 위치와 기울기 제대로 봐야”
“美 실리콘밸리와 中 중관춘 공통점, 살아있는 벤처 생태계”

아주대학교는 3일 ‘지식재산과 기술’에 대한 전문가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지식재산과 포럼 앙트레프레너십’이라는 주제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아주대 종합관 104호에서 열렸다.

아주대학교 LINC사업단과 산학협력협의체 지식재산전략연구회가 주관한 포럼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지식재산전략 전문가들이 릴레이 강연을 펼쳤다. 다음은 강연자들의 강연 요지.

◆ 중국, 발명신청특허 6년 연속 세계 1위 차지한 이유
 

후카이충 중남재경정법대학 교수가 ‘세계 최대 특허 출원국 중국의 지식재산 핫 이슈’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중국 지적재산권 연구의 중심대학인 중남재경정법대학(Zhongnan University of Economics and law, ZUEL) 산하 지식재산(IP)연구센터 소장인 후카이충 교수는 ‘세계 최대 특허 출원국 중국의 지식재산 핫 이슈’를 주제로 강연했다.

후 교수는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회의 보고에서 지식재산권의 창조, 보호, 운용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지식재산권 문제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며 “발명신청특허가 2016년 기준으로 6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정부의 이런 정책 기조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후 교수는 또 “중국의 특허신청 수량과 질의 지속적인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고 “고의적인 침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할 계획으로 있는 등 특허보호를 위한 조치를 점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지식재사권 침해의 경우 평균 배상액수가 5만 위안(약 800만원)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변호사 선임비용에도 못 미친다”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려는 것도 그런 현실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후 교수는 이어 “최근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등 3개 지역에 지식재산권 법원을 설립해 지식재산권 사건의 심리업무를 전담하게 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특허권 보호 노력을 강조하고 “중국 정부는 발명자의 적극성을 고무시킴으로써 혁신형 국가를 건설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 “博學·審問·愼思·明辯·篤行 통해 ‘좋은 전문가’ 돼야”
 

‘폭스바겐 사기사건과 아이폰 집단소송으로 다시 생각하는 기술과 기업윤리’라는 주제로 강의하고 있는 박영무 아주대 교수.


박영무 아주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겸 공학대학원 지식재산공학과 교수는 ‘폭스바겐 사기사건과 아이폰 집단소송으로 다시 생각하는 기술과 기업윤리’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전문가 집단과 기업의 윤리 준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박 교수는 강의 서두에 ‘전문가를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것만큼 삶의 경험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중요한 교훈은 없다’는 로버트 샐즈버리경의 말을 인용한 후 “좋은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은 반드시 고장 나게 돼 있는 제품을 만드는 ‘계획적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 전략을 쓰고 있다”며 일정 시간 후 전구의 필라멘트가 끊어지거나, 일정량의 복사량이 경과되면 자동적으로 고장 나도록 설계된 프린터 등의 사례를 들었다.

또 컴퓨터 사용자들이 기존 버전에 대해 아무런 불만이 없는데도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구매해야 하는 상황(윈도우 8이 출시되면서 윈도우 XP나 윈도우 7 사용자들이 프로그램 호환성의 문제를 겪고 있음), 자동차 회사들이 혁신적인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기보다는 디자인과 스타일만을 변경한 모델을 출시함으로써 기존 모델을 도태시키고 있는 사례도 언급했다.

박 교수는 “무엇이 전문가를 편향시키는가?”라고 화두를 던진 뒤 “다양한 선택의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기술적 전문성과 정치·경제권 권력과의 상호침투를 의미하는 ‘테크로코프라티즘’이 정경유착보다 더 깊숙하게 스며들어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전문가를 요구하고 있다”며 “박학(博學·폭넓게 배움), 심문(審問·자세히 살피고 물음), 신사(愼思·신중한 생각), 명변(明辯·밝게 분별함), 독행(篤行·옳게 판단된 사안을 현실에 적용)하는 자세로 임해 ‘좋은 전문가’가 돼야 한다” 역설했다.

“우리 사회는 과학기술 의존사회이며, 과학기술에 확장된 책임윤리가 요구되고 있다”고 말한 박 교수는 “과학은 보편성과 공동체성, 공평성의 원칙이 지켜질 때 유의미하며, ‘타자에 대한 공감’이 인간에게 주어진 희망의 원리이자 진실성의 준거”라고 강조했다.

◆ 美 실리콘밸리와 中 중관춘, ‘살아있는 벤처 생태계’
 

최승철 아주대 교수가 ‘미국 실리콘밸리와 베이징 중관촌에서 관찰되는 살아있는 벤처 생태계’라는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최승철 아주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 겸 공학대학원 지식재산공학과 교수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베이징 중관촌에서 관찰되는 살아있는 벤처 생태계’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최 교수는 “실리콘 밸리의 경쟁력은 스탠퍼드와 UC 버클리 등 명문대와 수많은 벤처 캐피털, 활발한 인수합병(M&A), 탄탄한 엔젤투자 등에서 나온다”며 “신사업과 신성장 동력이 벤처 M&A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세계적인 미국 기업의 성장 이면에는 엔젤투자자의 활약이 있었다”며 “미국 벤처기업의 출구는 기업공개(IPO)보다는 인수합병이며, 이것이 바로 실리콘 밸리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자금 회수시장 활성화가 핵심”이라며 “국가별 벤처캐피탈 회수유형별 비중 중 M&A를 보면 미국은 89.6%, 이스라엘이 83.8%, 핀란드가 31.8%를 차지하지만 한국은 3.2%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한국에서 M&A가 잘 안 되는 이유로 △대기업들에 의한 빈번한 벤처기업 기술 탈취 △현행 제도상 인수합병된 벤처기업은 대기업 계열사나 관계사로 분류돼 각종 규제를 받음 △낮은 세제 혜택 △고용불안 등 인수합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을 꼽았다.

최 교수는 중국 베이징(北京)의 신기술 산업개발시험구인 ‘중관춘(中關村)’을 거론하며 “중관춘은 원래 서점들이 즐비한 거리였지만 중국 정부의 발상의 전환으로 첨단산업단지로 탈바꿈했다”며 “그 배경에는 신기술에 대한 활발한 중국 국내외 투자, 성공한 기업의 후배 기업에 대한 투자, 연대보증을 요구하지 않는 등 정책적 지원, 처쿠(車庫)카페를 혁신형 창업보육센터를 지정하는 등 활발한 창업 분위기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국 벤처 시장이 단기간에 급속 성장한 이유로 2000개에 달하는 벤처캐피털 회사, 회수 시 투자금의 7~7배에 달하는 높은 투자수익률, 과감한 글로벌 전략, 활발한 투자생태계와 선순환 등을 꼽았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의 ‘판교 2밸리’와 관련, “공공임대 창업 공간, 공유형 오피스 조성, 창업지원 주택과 오피스텔 지원 같은 정책을 펴고 있지만 이것은 중국의 모델을 그대로 벤치마킹한 것”이라며 ‘뒷북 정책’을 꼬집고 “저조한 국내 기업의 M&A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인공지능시대, 최종 목표는 인간과 로봇의 조화”
 

우한동  중남재경정법대학 전 총장이 ‘인공지능시대의 사회적 위험과 법적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강의하고 있다.


우한동(吳漢東) 중남재경정법대학 전 총장이자 현재 중국 AI 관련 법제정 정부정책 자문역은 ‘인공지능시대의 사회적 위험과 법적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우 전 총장은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뽑은 전세계 10대 지적재산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 전 총장은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기계도 시각과 청각, 감각 등 5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인공지능 핵심기술의 응용으로 인공지능 의료, 무인공장, 자율주행차 등 인류사회에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우 전 총장은 또 “지난해 인공지능 관련 산업이 국내총생산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와 기업은 인공지능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중국 정부의 목표는 2020년에는 미국과 일본을 추월한 인공지능 국가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전 총장은 특히 인공지능시대의 사회적 위험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시대의 주요 문제로 법률문제와 사회문제, 감독문제를 꼽았다.

그는 “법률문제에는 인공지능로봇이 인격권을 가질 수 있느냐 하는 주체 자격 관련 문제, 알리바바와 텐센트,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보유한 다량의 개인정보 등 프라이버시 문제, 인공지능로봇으로 인한 사망사고와 피해사고 발생 시 책임부담 문제, 인간과 기계의 감정 등 윤리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 전 총장은 “사회문제로는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게 되는 것”이라며 ‘인류 직업의 60%와 30%의 일을 인공지능이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 이코노미스트의 내용을 인용했다.

또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감독문제와 관련해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빨리 발전하고 있지만, 감독관리 기술은 낙후돼 있다”고 진단하고 “현재 인류는 인공지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우 전 총장은 “안전은 인공지능시대의 핵심가치이고, 혁신은 인공지능법률의 가치 영혼이며, 조화는 인공지능시대의 최종 목표”라고 강조하며, 인공지능시대의 법률과 정책, 윤리의 방향성 설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