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시진핑 2기 100일…무르익는 '1인 천하'의 꿈
2018-01-31 03:02
'시진핑 사상' 반영 개헌 추진, 정권기반 공고화
중앙·지방정부 '시자쥔' 약진, 지배력 강화 이뤄
경제도 안정적 관리, 美 무역분쟁 등 과제 산적
중앙·지방정부 '시자쥔' 약진, 지배력 강화 이뤄
경제도 안정적 관리, 美 무역분쟁 등 과제 산적
시 주석은 당 수뇌부와 지방정부 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자신의 이름을 딴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헌법에 반영하는 개헌 논의까지 마무리하며 1인 지배 체제를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 분야에서도 지난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달성하면서 '안정 속 발전(穩中求進)'이라는 정책 기조를 지속할 기반을 닦았다.
중국 공산당은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회 이튿날인 지난해 10월 25일 열린 19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시 주석의 당 총서기직 연임을 의결했다.
총서기 연임이 국가주석 연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관례를 감안하면 사실상 이 때부터 시 주석의 집권 2기가 시작된 것이다. 새달 1일은 그로부터 꼭 100일이 지난 시점이다.
중국 공산당은 2중전회 직후인 지난 19일 발표한 공보문에서 "19차 당대회에서 확정한 중대한 이론 관점과 정책, 특히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국가 근본법에 삽입해 당과 국가 사업 발전의 새로운 성취를 구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이 결정한 사안인 만큼 3월 초로 예정된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정치협상회의)에서도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헌 작업이 완료되면 시 주석은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에 이어 자신의 사상 및 이론을 헌법에 반영한 세번째 중국 지도자가 된다. 표면적으로 이들과 같은 반열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정권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토대를 닦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헌의 중요성을 반영하듯 중국 공산당은 관행적으로 양회 직전인 2월 말 열리던 2중전회를 이례적으로 한달가량 앞당겨 개최했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시진핑 체제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 정치국 위원이자 정법위 서기인 궈성쿤(郭聲琨)은 지난 26일 정법위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2중전회 결과와 정신을 철저하게 학습하고 관철하자"고 독려했다.
정법위 서기는 공안·검찰·법원 등을 총괄하는 자리로 중국 내 영향력이 막강하다. 궈 서기는 "각급 정법 기관들은 개헌의 중대한 의의를 이해하고 헌법의 충실한 숭배자와 보호자가 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도 "당은 개헌에 앞서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올해 1월 12일까지 외부 인사들의 의견을 청취했다"며 "개헌은 당 중앙위원회의 규정에 따라 진행됐고 과학입법과 민주입법, 법에 따른 입법이라는 정신과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했다"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또 인민일보는 "개헌은 인민을 위한 것이며 그 과정은 공통의 인식을 모으는 작업이었다"며 "당의 주장과 인민의 의지 간에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習, 인사권 틀어쥐고 친위세력 구축
시 주석은 19차 당대회 이후 인사권을 행사하며 주요 보직을 당내 계파별로 배분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측근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시 주석의 친위세력인 시자쥔(習家軍)의 약진이다.
당 수뇌부인 7명의 상무위원은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외에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 왕양(汪洋) 부총리, 왕후닝(王滬寧)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자오러지(趙樂際) 당 중앙조직부장, 한정(韓正) 상하이시 당서기 등으로 구성됐다.
리잔수는 시 주석과 허베이성에서 함께 일하며 친분을 쌓았고 자오러지는 시 주석 일가와 오랜 인연이 있다. 한정도 시 주석이 상하이시 당서기직을 수행할 때 보좌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왕후닝은 시 주석의 '책사'로 통하며, 공산주의청년단 출신의 왕양 부총리는 시 주석이 집권한 이후 통상 정책과 빈곤퇴치 정책을 주도한 인물이다.
지방정부 인사에서도 시 주석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고 있는 인물들이 중용됐다. 지린성 성장으로 임명된 징쥔하이(景俊海)는 2012~2015년 산시성 부성장 겸 선전부장으로 재직할 때 시 주석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勳) 묘역 증축 사업을 추진했다.
러우친젠(婁勤儉) 산시성 서기는 장쑤성 서기로 이동했고, 후허핑(胡和平) 성장이 서기로 승진했다. 시 주석의 본적지인 산시성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사들의 영전이 눈에 띈다는 평가가 나온다.
푸젠성 성장이 된 탕덩제(唐登杰) 전 공업정보화부 부부장(차관)은 시 주석의 상하이시 당서기 시절 부시장으로 보필한 이력을 갖고 있다. 지린성 성장에서 산시성 부서기로 옮긴 류궈중(劉國中)은 시 주석의 측근인 리잔수 상무위원이 헤이룽장성 성장으로 재직할 때 비서장을 역임한 바 있다.
양회를 거치며 중앙정부 고위직도 시 주석과 가까운 인사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국무원 부총리로 사실상 내정된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대표적이다.
류 주임은 시 주석의 경제 브레인으로 불린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류 주임은 지난 16일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 :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건설공작회의 때 장가오리(張高麗) 상무부총리 오른쪽에 앉았다. 류 주임이 일대일로 건설 영도소조의 조장인 장 부총리와 더불어 부조장을 맡아 시 주석의 핵심 국정 과제인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강력한 사정 권한을 앞세워 지배 체제를 뒷받침하는 방안도 진행 중이다. 2중전회에서는 '시진핑 사상'의 헌법 삽입과 함께 국가감찰위원회 신설안도 논의됐다.
국가감찰위는 공산당원뿐 아니라 정부기관에 소속된 모든 공무원에 대한 사정을 담당하게 된다. 당내 사정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국무원 내 감찰 기능을 합친 조직이다. 시 주석의 반부패 사정 드라이브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률·실업률 '안정'···지지도 더 오를 듯
정권 안정을 위해서는 경제적 성과도 중요하다. 중국이 시장경제 모델을 포기하지 않는 한 더욱 그렇다. 이같은 측면에서 시 주석이 지난해 받아든 경제 성적표는 향후 지지도 유지 및 상승에 유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중국의 GDP 성장률은 6.9%로 전년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인 6.8%보다도 높았다. 중국 GDP 성장률이 상승 반전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GDP 규모도 사상 최초로 80조 위안을 넘어선 82조7122억 위안(약 1경3765조원)으로 집계됐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해 경제가 완만하게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내용도 나쁘지 않다. 광둥성(8조9900억 위안)과 장쑤성(8조5900억 위안), 산둥성(7조2700억 위안), 저장성(5조1800억 위안) 등 경제 규모가 큰 지역들은 안정적 성장을 지속했다.
특히 구이저우성(10.2%)과 시장(티베트)자치구(10.0%)가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낙후한 중서부 지역의 경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시 주석이 강조해 온 빈곤 퇴치와 샤오캉(小康: 모두가 편안하고 풍족한) 사회 달성 목표에 부합하는 결과다.
실업률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지난 26일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는 지난해 말 현재 실업률이 3.9%로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4분기 구인배율(구인자 대비 구직자)은 1.22로 2001년 이후 가장 높았다. 고용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의미다.
두번째 5년 임기가 시작된 시 주석의 초반 발걸음은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1인 체제를 확립하는 동시에 경제적으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체질 개선을 도모할 기반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물론 당면 과제도 많다. 내부적으로는 양극화 해소와 균형 발전,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무역 분쟁 해결 등이 거론된다. 시 주석 개인의 우상화 작업에 대한 경계심, 3연임 시도를 둘러싼 외부의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양회 때 공개될 개헌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연내 열릴 3중전회 결과 등을 통해 시진핑 2기 체제의 방향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