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치] 이진성 변호사, 계열분리 및 기업분할명령제도 도입의 쟁점과 향후예측
2018-01-29 16:11
I. 들어가는 말
지난 2017년 11월 13일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법 집행 체계 개선 민관 합동 특별팀(Task Force, 이하 TF)’은 법 집행 체계 혁신을 필요한 11개 과제 중 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등 민사적 구제수단을 확충하고, 유통3법에서 전속고발제 폐지 등의 5개 과제의 논의가 마무리 되었다고 중간보고를 하면서 2018년 1월 까지 구조적 시정조치등 나머지 6개 과제에 대해 추가로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밝혀 2017년 6월 공정거래위원장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당시 김상조 후보가 밝힌 대기업 계열사 분리 및 기업분할명령제(이하 ‘계열분리 및 기업분할명령제’라 함)가 도입될 것인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하에서는 계열분리 및 기업분할명령제의 개념 및 논의배경,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고, 제도 도입의 찬반론을 검토한 후 계열분리 및 기업분할명령제도의 향후전망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Ⅱ. 계열분리 및 기업분할명령제의 개념과 논의배경
1. 계열분리 및 기업분할명령제의 개념
계열분리명령제란 해당기업의 지분매각을 명령해 재벌집단의 계열사를 분리하는 제도를 말하며, 기업분할명령제는 이미 독점화된 시장에서 순환출자의 금지나 지주회사 설립을 제한 또는 시정조치나 과징금만으로 독점을 해소 할 수 없을 때 단일 거대 독점기업을 분할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2. 논의의 배경
1993년 4월 한국개발연구원이 공정거래 정책협의회에서 시장의 공정성 회복 및 강화를 위한 방법으로 ① 회사를 둘 이상으로 해체하거나(dissolution) ② 자산의 양도 등을 통한 일부의 분리(divorcement) ③ 주식·자산의 처분(divesture) 등 실질적인 기업분할명령제 도입 검토의견을 제시한 이래로 시장지배력의 남용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시장의 독점·집중화를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기업분할명령제도의 도입논의가 전개되었다.
이러한 논의 속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및 시정명령 같은 행정적 규율 수단이 고도로 집중화·독점화된 재벌체제에서 공정성 회복의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20대 국회에서는 경제집중도를 분산시키는 방안으로 계열분리·기업분할 명령제도를 도입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이나 시정조치 만으로는 시장구조의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시장구조개선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법안번호 2007385)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장기간 유지되어 공정거래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 주식 처분, 영업 양도 등 기업분할 및 계열분리를 위한 구조적인 조치를 명하는 내용의 소를 법원에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법안번호 2000443)이 상임위에 계류중이다.
Ⅲ. 외국의 기업분할명령 규정 및 사례
1. 미국
미국의 경우, 셔먼법(Sherman Act) 제2조가 금지하고 있는 독점화 행위(우리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해당)에 대해 구조적 시정조치를 제한적으로 활용하였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1982년 통신 독점사업자인 AT&T사를 지역별 전화회사로 분할한 것이다.
미국 최대 통신 사업체인 AT&T사는 장거리 통신 사업 본부와 전국의 22개 벨 전화 회사(Bell Telephone Co.)를 소유하고, 수십 년 동안 독점적으로 전국의 장거리 통신과 대부분 지역에서 시내 전화 사업을 벨 시스템이라는 일원적 체제로 운영해 왔다. 그런데 최종 수정 판결(MFJ)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워싱턴 지방 법원의 판결, 즉 AT&T사의 반독점법 위반 행위에 대한 법무부와 AT&T사 간의 소송 사건에 대한 1982년의 판결에 따라, 1984년 1월 AT&T사는 8개의 독립 회사로 분할되었다.
즉, 장거리 통신 사업을 운영하는 AT&T사와 7개의 RBOC로 분할되었다. AT&T사의 분할은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전기 통신 사업의 독점적·일원적 운영 체제를 해체하고 장거리 통신 사업을 자유화하는 등 전기 통신 사업의 구조 조정과 자유화는 물론 경쟁 도입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 영국
영국은 경쟁위원회와 공정거래실을 통합한 시장경쟁처(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 CMA)가 경쟁제한적인 산업 분야에 대해 전반전인 조사를 실시하여 시장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폭넓은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경쟁제한적인 구조·특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CMA는 시장분석(market studies)을 실시할 수 있고, 시장분석을 마치고 난 후 보다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시장조사(market investigation)에 착수할 수 있다. 조사결과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판달될 경우 CMA는 기업분할, 자산매각, 지적재산권의 양도·실시허가 등 다양한 형태의 구조적 시정조치를 취할 수 있다.
영국의 기업분할명령사건으로 영국공항공단(British Airports Authority: BAA)분할 사건이 있는데 2008년 8월~2009년 3월 시장조사를 수행한 후 당시 경쟁위원회는 BAA에게 런던의 Gatwick 및 Stansted 공항을 매각하고, 스코틀란드의 Edinburgh 또는 Glasgow 공항을 2년 내에 매각하도록 명령을 내린 적이 있다.
3. 일본
일본 공정취인위원회는 ‘사적독점금지 및 공정취인에 관한 법률’ 제3조를 위반하여 사적독점 행위를 하는 경우 해당 사업자로 하여금 사업 일부를 다른 사업자에게 양도하도록 하는 등의 구조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 법무부가 기업분할 명령을 법원에 청구하여 법원이 판단하는 구조이지만 일본은 공정취인위원회 스스로 명령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그 명령은 행정처분에 해당하므로 불복하는 기업측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하여야 하는 특징이 있다.
일본의 공정취인위원회가 시장독점적 상태를 배제하여 시장에서의 경쟁회복을 위하여기업분명령이 실제로 있었던 적은 없지만 ‘사적독점금지 및 공정취인에 관한 법률’ 등의 규정으로 사업자 스스로 독점상태에 이르지 않도록 제제하는 일종의 예방적 효과는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4. 한국에서의 논의와 차이점
미국과 일본 등에서의 논의된 기업분할제도는 하나 또는 수개의 기업이 시장에서 독점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에 그 기업을 분할하여 시장에서 경쟁을 복원시키려는 제도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과 계열회사가 함께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경우에 그 계열관계를 분리하려는 것으로, 기업분할제와 함께 계열분리제의 논의가 함께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Ⅳ. 대기업 계열분리 및 기업분할명령제 도입의 찬반론
1. 찬성하는 입장
(1) 이론적 근거
헌법은 자유시장경제질서를 근본으로 하면서도 제119조에서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 등의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자유로운 경쟁이 하나의 기업 또는 수개의 기업에 의하여 의도적으로 깨트려졌고, 그로 인하여 폐해가 초래된다면 공정한 경쟁을 회복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으로, 계열분리 및 기업분할명령제를 도입하여야 한다는 주장으로 제도도입의 정당성 근거를 밝히고 있다.
(2) 공정한 경쟁의 회복수단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불공정 사례에 대처하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수단이 필요한데, 개별적인 법위반행위의 시정·제재와 같은 ‘행태적 시정조치(behavioral remedies)’로는 한정된 자원과 인력을 지닌 공정위가 시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경쟁제한 행위를 감시하여 규율할 수는 없어 공정성 회복이 어려우므로, ‘구조적 시정조치(structural remedies)’인 독적기업의 독점 행위의 중지, 주식의 일부 또는 전부의 처분, 영업 양도의 명령등의 방법을 도입하여 법 위반행위를 반복하는 시장지배적사업자를 분할하거나 기업집단의 계열관계를 분리시킬 경우 시장을 지배할 할 능력 자체가 약화되어 경쟁친화적인 시장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제도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2. 반대하는 입장
(1) 이론적 근거
우리 헌법은 자유시장경제질서를 예정하고 있는데, 기업의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기업을 분할하는 것은 자유경쟁원리를 부정하는 것이고, 23조에서는 사유재산제도를 보장하고 있는데, 기업분할제도는 주주권등 사유재산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주장하며 반대의 논거로 삼고 있다.
(2) 글로벌 경쟁력 약화
글로벌 기업들은 인수합병(M&A) 전쟁으로 덩치키우기와 신산업진출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은 무한경쟁의 국제무대에서 기업의 외형크기도 중요한 요소라는 반증인데, 시장 지배를 통한 기업 규모 확대를 막는 정책은 기업분할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 다른 나라의 해당 분야 기업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3) 기존 제도로 목적달성 가능
기업분할명령제는 공정거래법 상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금지와 유사하므로 독과점 기업이 공권력과의 유착에 의한 시장진입장벽을 쌓는 것을 금지하고, 국내시장의 개방을 통하면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으므로, 기존의 제도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기업분할명령제의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또한 2016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퀄컴의 특허권 남용을 적발해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하고, 경쟁 칩셋 업체에 차별 없이 표준필수특허(SEP)을 제공하도록 하는 등 시정명령을 내린 사례를 제시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을 통해 기업분할명령제와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Ⅴ. 향후전망
계열분리 및 기업분할 명령제 도입 논의는 공정위원회가 내릴 수 있는 과징금이나 시정조치로는 독과점 기업들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으나, 우리 공정거래법 제16조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식의 처분이나 영업양도를 명하는 시정조치를 취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 계열분리나 기업분할제와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의 거센 반대뿐 아니라 위헌여부 등 논란의 여지가 많은 계열분리 및 기업분할명령제도의 도입을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경제의 고속성장을 중시하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의해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장기간 굳어져 왔기 때문에 시장의 자정능력이 떨어지는 현실에서 공정성을 보장하고 규율하여야 할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한정책의 집행의지가 없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였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입법하는 것이 시장의 공정성을 담보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시키는 방안이 될 것이다.
Ⅵ. 계열분리 및 기업분할명령제도 도입의 쟁점과 향후예측 SWOT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