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건아’로 태극마크, 라틀리프 “한국은 사랑이다…메달로 보답”
2018-01-25 12:06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갑작스러운 선택이 아닌 오랜 고민 끝에 가족과 함께 내린 귀화 결정의 이유는 바로 대한민국에 대한 ‘사랑’이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새 한국 이름 ‘라건아’라는 이름을 유니폼에 새기고 태극마크를 단다.
최근 체육 우수 인재로 특별 귀화에 성공한 라틀리프는 25일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특별귀화 기자회견을 갖고 공식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됐음을 선언했다. 지난해 1월 “대한민국 여권을 갖고 싶다”는 한 마디 소망을 밝힌 이후 약 1년 만에 꿈이 이뤄졌다.
이날 라틀리프는 “국적을 취득하는 데 있어 도움을 주신 대한농구협회, KBL, 삼성, 정부에 감사드린다”며 “한국을 대표해 뛸 수 있게 돼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라틀리프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 곧바로 KBL에서 뛰게 됐다. 그래서 한국에서 계속해서 뛰고 싶었고, 2014년부터 귀화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뜻을 이루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틀리프는 지난 2012년 대학 졸업 직후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현 현대모비스)에서 외국인 선수 신분으로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이후 KBL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인정을 받으며 모비스의 세 차례 우승을 이끌고 두 차례 외국인 선수상을 수상했다.
귀화 추진은 극적으로 이뤄졌다. 농구 국가대표팀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주위의 추천이 아닌 순수한 라틀리프의 개인 의지였다. 라틀리프는 한국 국적 취득 의사를 자연스럽게 언급하며 귀화를 구체화했고, 법무부 특별 귀화 심의를 통과한 뒤 지난 22일 최종 면접을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농구에서는 문태종(고양 오리온), 문태영(서울 삼성), 여자프로농구 김한별(용인 삼성생명)에 이어 역대 4번째 특별 귀화 선수다. 다만 라틀리프는 순수 외국인 선수로는 최초다. 앞서 세 명은 모두 어머니가 한국인인 혼혈선수다.
한국인이 된 라틀리프는 새 한국 이름도 얻었다. 자신의 이름 첫 글자 ‘라’씨에 굳셀 '건(健)'과 아이 '아(兒)'자를 써 ‘라건아’로 개명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라틀리프는 “가족들이 귀화의 뜻을 밝혔을 때 든든한 후원군이 됐다. ‘라건아’라는 이름에 만족한다. 내 플레이 스타일에도 매우 부합한다”고 말했다.
또 이날 발표된 2019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 국가대표 최종명단에도 ‘라건아’로 이름을 올렸다. 다음 달 안방에서 열리는 홍콩과 경기에 태극마크를 달고 뛸 전망이다. 라틀리프는 “올해는 국가를 대표해서 뛰고 싶다. 코트 안팎에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 “지금 대표팀은 좋은 팀이다. 슈팅 능력을 갖춘 선수가 많은 만큼, 수비에서 힘을 보태고 싶다. 젊은 선수들을 이끄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라틀리프에게 대한민국은 어떤 의미일까. 라틀리프는 “한국은 사랑이다”라고 잘라 말한 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팬들이 따뜻하게 대해줘 감사했다. 그들에게 메달로 보답하고 싶다”고 의미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