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퍼 붓는다고 '혁신' 일어나지 않는다
2018-01-24 15:27
모든 정부는 출범 초 중소기업 육성을 국정 과제로 내걸고 막대한 돈을 쏟아 붓는다. 하지만 역대 최대 규모의 '지원'만 강조할 뿐 '성과'는 없었다. 정권이 바뀌면 기존 중소기업 육성 정책은 흐지부지되고 포장만 달리한 똑같은 '지원책'만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24일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을 주재로 열린 정부업무보고에서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2019년까지 총 2조원의 정책금융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혁신모험 펀드도 있다. 정부는 벤처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돕기 위해 2020년까지 10조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를 조성한다. 공공부문에서 3조7000억원을 출자하고 이어 민간자금을 매칭해 재원을 마련한다. 올해 1차로 2조6000억원을 조성하고 투자를 개시한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은 2조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 연계 보증부대출을 공급한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시중은행 등은 혁신모험펀드 투자대상 기업의 인수합병(M&A), 사업재편 등을 지원하는 20조원 규모의 대출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문제는 매 정부마다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시장에 공급하지만 성과 없이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라는 점이다.
벤처기업 육성을 강조했던 김대중 정부는 시장의 성숙도를 감안하지 않고 단기 성과 달성만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다가 2000년 '벤처버블'을 야기했다. 당시 중소기업 정책자금 개혁위원회는 중소기업 정책자금이 비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으나 후속대책은 없었다.
'창조경제'를 국정 과제로 내건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다. 혁신형 기업의 창업과 성장 지원한기 위해 신보와 기보는 창업기업에 대한 신용보증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2013년에는 총 1조 8500억원 규모의 성장사다리 펀드를 조성했고, 그해 7월에는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코넥스 시장을 열었다.
그러나 지원 규모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자금 공급이 적재적소에 투입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속가능성은 외면하고 단기 성과에 매몰돼 검증 없이 무턱대고 돈부터 풀고 본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 6조원 넘게 조성된 '성장 사다리펀드'는 지난해 기준으로 투자 금액이 44%에 그치는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든 정부는 돈을 풀면 벤처 시장이 무조건 활성화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내용은 엇비슷하나 포장만 달리한 정책을 내놓는다"고 비판했다.
박재성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금융정책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과도한 정책금융 의존은 정부 주도 자금 배분에 대한 의심을 높인다"며 "이제는 정책금융을 재정의 기회비용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