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난형난제(難兄難弟) 호형호제(呼兄呼弟)

2018-01-26 05:00
서함원 전통문화연구회 상임이사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의 검찰 소환이 한창 뉴스가 될 무렵, 어느 신문 만평에 가장이 TV를 보며 "난형난제(難兄難弟)로다"하니 부인이 어린 아이에게 이 말을 풀이하며 "형도 어렵고 아우도 어렵다"라고 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이는 잘못된 풀이다. 난형난제는 '難爲兄 難爲第(난위형 난위제)'라는 말로, "아우는 저 훌륭한 형의 아우되기가 어렵고(자칫 잘못하면 훌륭한 형의 인품에 손상을 가게 할 터이니) 형은 또(내가 자칫 잘못하다가는 저 훌륭한 아우의 명성에 흠이 가게 할지 모른다 해서) 저 아우의 형 되기가 힘들구나"라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즉, 두 사람 다 훌륭해 우열(優劣)을 가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검찰 소환을 앞둔 형제는 막상막하(莫上莫下),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 같은 말이 어울릴 것이다. 

또 그 만평은 두 거물 형제의 검찰 소환에 아빠가 "호형호제(呼兄呼弟)"라고 하자 아내가 옆에서 "형도 부르고 아우도 부른다"고 했다. 하지만 호형호제는 서로 형 동생이라고 부르는 친한 사이를 이르는 말이다. '부르다'는 의미도 영어로 하면, 형 동생끼리 부르는 건 call이고 검찰이 부르는 건 summon(소환)이 아닐까.

공자 <논어>에 나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을 '지나친 것이 미치지 못함보다 낫다'고 풀이하는 경우도 많다. 이도 잘못된 풀이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가 정확한 뜻이다. 

남양주 다산 생가에서 여유당(與猶堂)이라는 현판을 보고 중년 남성이 "'여유를 갖고 살라'는 집"이라고 풀이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여기서 유(猶)는 '망설이다', '머뭇거리다'는 뜻으로, 가족·친척이 천주교를 믿어 집안이 풍비박산(風飛雹散) 날 것을 일찌감치 예상했던 다산이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하며 살아야겠다고 경계하며 지은 당호(堂號)가 여유당이다. 이것을 '여유롭게 살자'라고 알면 곤란하다.

한자 교육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폐해가 자심(滋甚, 매우 심함)함을 느끼게 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