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증시 달구는 IT굴기ㆍ4차산혁
2018-01-24 16:39
올해 선전종합지수 2.7%, 선전성분지수 4.6% 상승
높은 변동성은 위험 요소, 투자시 기업 옥석가려야
높은 변동성은 위험 요소, 투자시 기업 옥석가려야
중국 선전 증시가 정보기술(IT) 굴기와 4차 산업혁명으로 다시 한 번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코스닥 랠리처럼 중국에서도 기술주 중심인 선전 증시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 정부가 펼치는 정책도 선전 증시에 우호적이다. 다만 시장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반드시 옥석을 가려 투자해야 한다.
◆IT기업 마중물 선전 증시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990년 12월 세운 선전거래소는 우리 코스닥이나 미국 나스닥과 비슷하다. 중국 상하이거래소가 대형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구성된 데 비해 선전거래소에는 중소 기술주가 많다.
선전거래소는 자본시장 다원화와 다층적 주식시장 설립, 중소기업 직접금융을 지원하는 중소벤처시장 구축을 목적으로 한다. 선전 증시가 더욱 주목받게 된 계기는 2016년 12월 5일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교차거래)의 본격 시행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선전증시는 성장주 성격을 지닌 중·소형주 비중이 높아 가치평가(밸류에이션)가 다소 높게 형성돼 있다"며 "다만 상대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성장성이 기대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IT 산업과 중소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중·소형주, IT, 경기소비재, 헬스케어 비중이 높다는 점이 선전 증시의 매력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올해 흐름도 괜찮다. 선전종합지수는 올해 들어 23일까지 2.7% 상승했다. 500개 대표 우량기업으로 구성된 선전성분지수는 4.6% 뛰었다. 같은 기간 상하이종합지수가 7%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에 비해 선전 증시도 선전한 편이다.
◆상하이보다 선전에 주목하는 이유
주요 증권사는 하반기 선전 증시의 실적을 더욱 기대하라고 조언한다. 선전 증시는 2015년 유동성 거품이 빠지면서 조정을 겪기 시작했고, 2017년에만 3%가량 뒷걸음질쳤다.
그렇지만 호재가 많다. 대표적인 게 중국 본토 증시 안정화, 시진핑 정부의 신경제 육성 정책, 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 편입 등이다.
국영기업 위주인 상하이종합지수에 비해 선전 증시는 정부에서 집중 육성하려는 IT 기업을 대거 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온중구진(안정 속 성장)'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중립적인 통화정책을 균형 있게 조합하기로 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올해 선전종합지수와 상하이, 홍콩 증시 간 격차가 다소 좁혀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우량주 중심의 반등에서 성장주와 중·소형주가 함께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며 "선전종합지수의 연간 상승률이 20%에 달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전병서 중국경제연구소 소장은 "중국 정부의 큰 그림은 전통산업 구조조정"이라며 "경쟁력 없는 산업을 도태시키고 경쟁력을 갖춘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선전 증시는 4차 산업혁명, IT산업, 중국의 7개 신성장 산업 등과 밀접히 관련된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정순필 하나금융투자 운용역은 중국의 빈부격차 해소 정책에 주목했다. 정 운용역은 "중국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할 일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라며 "특히 반도체 산업 육성은 1인당 국민소득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A주가 MSCI 신흥시장지수에 들어간 지난해 6월 이후 우량주를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됐다"며 "올해 상반기까지 현재 흐름을 이어가다 하반기부터 성장주의 매력이 더욱 크게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높아진 밸류에이션은 부담
다만 선전 증시의 높은 밸류에이션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부담스럽다. 투자자들은 안정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게 필수다. 전종규 연구위원은 "선전 증시의 경우 신경제 관련 기업 및 중소기업 비중이 높아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고,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선전 증시의 경우 개인투자자 비중도 높아 월 회전율이 상하이 증시의 2배에 달하는 160% 수준"이라며 "선전 증시에 투자하겠다면 성장성과 가치를 모두 충족하는 기업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정부 차원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선전 증시 상장사들이 도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병서 소장은 "2007년과 2015년 중국 증시가 폭등과 폭락을 반복했다"며 "그러다 보니 2015년부터 '크게 올라가거나 크게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정부 정책의 기조가 됐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국유기업들이 상장했다는 게 중국 증시의 특징이기 때문에 정부는 얼마든지 시장을 조정할 수 있다"며 "정부 정책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기업을 선별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