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치] 휴일근로 중복할증 쟁점② 직원들 월급 줄어들까 걱정하는 사장님
2018-01-23 16:05
'노동시간 단축' 두고 재계·노동계 시선 엇갈려
대법원이 오는 3월 최종선고를 내릴 예정인 '휴일·연장근로수당 중복할증' 사건엔 휴일근로 중복할증뿐만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 문제가 걸려있다. 근로기준법상 '1주간'에 휴일이 포함되면 주당 최대노동시간은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동안 노동계는 근로기준법이 1주일 근로 시간을 40시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시간을 초과한 휴일 연장근로에 대해 가산수당을 지급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흥미로운 점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파급효과를 바라보는 재계와 노동계의 시선 차다. 재계는 노동시간이 단축될 경우 노동자의 월급이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반면 노동계는 노동자가 급여 감소를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 측면을 강조한다. 재계가 노동자를 걱정하고, 노동계는 오히려 노동자가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모양새다.
◆ 재계 "노동자 월급 40만원 감소…반발 클 것"
23일 이 사건의 피고 성남시 측 참고인 의견서에 따르면 재계는 노동시간 단축 파급효과 첫 번째로 '노동자의 소득 감소'를 꼽았다. 피고 측 참고인은 하상우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장이 맡고 있다.
하 본부장은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될 경우 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근로자의 월 초과급여는 40만 4000원(연간 485만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노동시간이 단축되기 이전 월 급여 총액 대비 15.2% 감소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세부업종별 노동자 소득 감소를 살펴보면 자동차 제조업이 연간 724만원(20.1%), 금속가공제품 제조업이 연간 622만원(20.7%), 1차금속 제조업이 연간 605만원(17.6%) 등으로 나타났다.
하 본부장은 이는 '임금삭감'이 아닌 '소득감소'이지만, 노동시간 단축보다 소득을 원하는 노동자, 특히 임금수준이 높지 않은 중소기업 노동자는 반발이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자신의 희망하는 노동시간보다 긴 시간을 근로하는 근로자들의 9.2%만이 임금이 줄더라도 근로시간을 줄이고 싶다고 응답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하 본부장은 이밖에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파급효과로 △노동계의 소득보전 요구와 노사갈등 심화 △구인난으로 인한 산출량 감소 △경직성 심화에 따른 산출량 감소 △대립적 노사관계로 인한 산출량 보전 어려움 △신규채용을 통한 물량보전 시 추가비용 발생 등을 내세웠다.
특히 그는 최저임금 고율 인상과 정년 60세 의무화,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최근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시간까지 단축될 경우 상당수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 노동계 "초과근로 수당 감소, 노동자 부담 원칙"
반면 원고 성남시 측 참고인은 참고인 진술 의견서 '노동시간 단축의 사회경제적 효과'에서 상당 부분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강조하는 것으로 할애했다. 원고 측 참고인은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맡았다.
김 연구원은 노동부의 2016년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토대로 연장근로 시간을 제한할 때 노동시간 단축 효과와 고용효과를 추정한 결과,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자는 146만명(전체 노동자 9.9%)이고, 이들이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한 노동시간을 모두 합치면 939만 시간이라고 분석했다.
이때 주 52시간 상한제를 전면 적용하면 주 52시간 초과 노동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평균 351시간 줄고, 전체 노동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평균 35시간 줄어든다. 다른 조건에서 변함이 없다면 새로운 일자리 19만명(주 52시간 근무) 내지 25만명(주 40시간 근무)을 늘릴 수 있다.
다만 김 연구원은 여기서 5인 미만 사업체와 특례산업, 적용제외 산업 등 연장근로 제한 법제가 적용되지 않는 산업을 제외하면, 일자리 창출 수는 13만명(주 52시간 근무)에서 16만명(주 40시간)으로 다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 역시 초과근로를 제한하면 노동자의 수당이 감소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연장근로 제한 법제가 적용되지 않는 산업을 제외하고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자가 96만명(11.8%), 이들의 초과근로수당 감소액이 월 2912억원(연간 3조5000억원)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에 대해 노동자들의 초과근로수당 감소액을 노동자 부담을 원칙으로 하되, 기업이 생산성 향상과 임금인상 등과 연계해 노동자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정부는 고용보험기금을 재원으로 저임금 장시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근로시간 단축 지금 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취업자 연간 노동시간 2069시간…OECD 두번째
노동계가 노동자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노동시간이 단축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장시간 노동실태와 그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보고한 한국의 취업자 연간 노동시간은 2016년 2069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연간 2255시간) 다음으로 길다. 노동자 연간 노동시간도 2052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연간 2348시간) 다음으로 길다.
근로기준법 제50조는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을 금지하고, 제53조는 당사자가 합의하더라도 주 12시간까지만 연장근로를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법이 허용하는 주당 최장근로시간은 52시간이라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2016년도 통계청 경제활동 인구조사에 따르면 실노동시간이 주 40시간인 사람은 523만명(26.8%), 주 40시간을 과해서 연장근로를 하는 사람은 992만명(50.7%)이다. 법정연장근로 한도인 52시간을 초과해서 탈법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하는 사람도 315만명(16.1%), 과로사 기준인 주 60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자도 100만명(5.1%)에 이른다.
김 연구원은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이유로 △4인 이하 사업장 등 근로기준법 적용제외 대상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서 제외하는 노동부 해석 △격일제·2조2교대제 등 낡은 교대제 △비용부담 경감 등에 위한 노사담합 △벌칙 적용 사례 없는 근로감독 등을 꼽았다.
김 연구원은 "이 가운데 법원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인정해 노동시간이 단축될 경우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개선되고 여가생활이 늘어난다. 고용의 유지·창출이 가능하고 생산성도 증가한다"며 "삶의 질이 개선되고 내수가 진작되면,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지고 저성장 시대에도 일자리를 지키고 늘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