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랠리에 직상장 '늘고' 스팩 '시들'

2018-01-22 18:28

코스닥 랠리가 직상장을 늘리면서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를 통한 상장은 시들해질 전망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못 내 관리종목으로 지정한 스팩은 현재 '골든브릿지제3호스팩'과 '키움스팩3호', '유안타제2호스팩', '한화에이스스팩2호'를 합쳐 모두 4개다.

대개 스팩과 합병하는 우회상장은 박스권 장세일 때 많이 쓰인다. 하지만 상승장에서는 공모주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효용성이 떨어진다. 지수가 26% 넘게 뛴 2017년 코스닥 공모액은 3조5258억원으로 개장 이래 가장 많았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코스닥 기업공개(IPO) 훈풍은 이어질 전망"이라며 "연기금 투자 확대를 비롯한 각종 부양책으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전했다.

결국 짝을 못 찾아 상장폐지를 당하는 스팩이 늘어나고 있다.

한 달 전 '대우스팩3호'는 바이오벤처기업 메디오젠과 합병에 실패해 상장폐지됐다. 리얼야구존과 합병하려다 어긋난 '미래에셋제3호스팩'은 이달 3일, '엔에이치스팩7호'도 8일 각각 퇴출당했다.

스팩은 상장 후 2년 6개월 안에 합병 대상 기업을 찾아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야 한다. 실패하면 1개월간 관리 종목으로 지정됐다가 상장폐지된다.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스팩 입지는 더 좁아졌다. 금융위원회는 얼마 전 코스닥 상장요건을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높은 벽으로 작용해온 '계속사업이익이 있을 것·자본잠식이 없을 것' 같은 요건을 없애기로 했다. 순이익이나 매출, 시가총액 가운데 한 가지만 충족해도 상장할 수 있다.

적자기업 상장도 쉬워진다. 실적이 우수한 주관사나 코넥스(→코스닥) 이전상장에 한해 풋백옵션 부담을 완화해준다. 풋백옵션은 상장 후 6개월까지 개인청약자에게 공모가 90%로 팔 수 있는 환매청구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상장 직후 주가가 급락할 때 투자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점이 주관사에 부담으로 작용해 혁신기업 상장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물론 스팩 합병은 빠른 상장을 원하는 기업에게 여전히 매력 있는 수단이다. 박종선 연구원은 "스팩은 최단기간에 목표(상장)를 달성하기 좋은 방안"이라며 "정석대로 IPO를 거치면서 오랜 시간을 쓸 수 없는 회사에게는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