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 칼럼] 미국의 대북타격 가능성에 대한 중국의 반응
2018-01-19 11:29
2018년 새해 벽두부터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고위급 회담과 실무회담을 통해 북한이 파견할 대표단 규모가 확정되고 있다. 고위급 회담에서 언급한 ‘참관단’은 제외하기로 했다지만 △예술단 △응원단 △선수단 △태권도 시범단 △고위급 대표단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기자단 등 평창에 참가하는 북측 인원은 대략 500여명으로 예상한다. 갑작스러운 남북의 ‘평창대화’를 바라보는 주변 강대국은 지금 어떤 생각일까?
◇ 인터뷰에 담긴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
1월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인터뷰에는 남북이 진행 중인 ‘평창회담’을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민이 담겨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전개할 대북 정책의 ‘확고한’ 방향을 암시한 것은 아닐까? 트럼프의 인터뷰를 요약해 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주변국과 미국내 반대파를 의식해서 △대화 △불신 △반성 △각오 △결단이라는 한 가지 방향으로 올해 대북정책을 전개할 계획으로 보인다. 북미대화 가능성에 대한 암시가 일종의 ‘정당성 확보’ 차원의 정해진 수순이고, 결단을 위한 ‘자기 암시’와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의 기우일까?
◇ 남북대화와 밴쿠버 회의, ‘차이나 패싱’에 대한 중국의 불만
그러나 러시아와 함께 초청에서 제외된 중국은 “연합군의 유령이 다시 나타났나? 미국과 캐나다 등 20개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고 ‘북핵회의’를 개최했다”며 이번 회의를 현실에서 벗어난 ‘냉전적 사고’라고 비평했다.
미국에 서버를 둔 홍콩의 둬웨이(多維)신문은 미국의 반대로 캐나다도 초기와는 달리 초청 의사를 접었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빠진 대북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서방 측 인사의 인터뷰를 집중 보도했다. 중국의 여러 보도를 살펴보면, ‘남북대화’는 물론 ‘밴쿠버 회의’로 ‘차이나패싱’을 당한(?) 것에 대한 당혹감과 불만이 가득해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1월 17일 정례 기자브리핑을 통해 북핵과 관련한 주요국이 참여하지 않은 이번 밴쿠버 회의가 제대로 문제 해결을 이끌 수 없었을 뿐 아니라 ‘합법성’과 ‘대표성’에 있어서 국제사회로부터 광범위한 의구심을 받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필자가 보기에는 회의에 대한 ‘합법성’과 ‘대표성’의 기준이 불분명해 중국의 문제 제기가 다분히 신경질적이라는 느낌이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남북이 대화로 어렵게 관계개선을 진행중인 바 모두가 화해와 대화 국면에 더욱 노력해야 하며, ‘압박’과 ‘고립’은 반발만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은 증가하는 미국의 ‘대북 타격’ 가능성에 대해 긴장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딜레마’에 우왕좌왕해야 하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짜증이 난 것은 아닐까?
◇ 미국의 북한 타격, 놀라운 바이두 검색 결과...의미는
적어도 2015년까지 중국에서 미국의 북한 타격 가능성은 질문 자체가 우문(愚問)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2016년 1월 6일 제4차와 9월 9일 제5차 핵실험에 이어 2017년 9월 3일 제6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중국 내부의 논점이 완전히 달라졌다.
중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바이두(百度)에 ‘미국의 북한타격(美國打朝鮮)’을 검색하면 약 512만개가 검색된다. 이와 관련한 최신소식은 무려 약 920만개가 뜬다. '이 시점에 중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를 넣으면 약 849만개, '트럼프는 2018년 북한을 공격할까'는 약 723만개, ‘북미전쟁 최근 소식’은 약 658만개가 검색된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은 왜 북한을 공격하지 않나'로 검색하면 약 1230만개의 관련 글을, 반대로 '중국은 왜 북한을 보호해야 하나'는 약 1170만개의 글이 검색된다는 점이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중요성'이나 ‘영향’으로도 각각 약 1240만개와 1210만개가 검색된다. 중국은 북한을 아직도 지정학적이고 전략적 요충지로 여기고 있고 유감스럽게도 냉전적 사고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검색 엔진의 부정확성으로 비록 상기 숫자들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중국의 개략적인 시각을 알아보는 데 참고가 된다. 트럼프의 대북압박과 김정은의 핵·미사일 완성이 시간을 재촉하며 정면충돌의 위기로 치닫는 현 시국에서, 북한 '딜레마’에 깊이 빠져있는 중국도 분명 나름대로 결단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제한된 발언권을 가진 중국학자들은 표면적으로는 “전쟁은 불가하며, 용인할 수 없고, 중국의 국가이익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수 없는 이유는 대충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노골적인 미국이나 호들갑을 떠는 일본과 달리 중국은 정말 우리와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전쟁을 바라지 않는 것일지 궁금하다.
필자: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 중국 차하얼학회(察哈尔学会)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