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적극 구애 나선 中…美 대체자 될까

2018-01-20 06:01
'란창강-메콩강' 협력회의…협력 국가에 6조5000억원 통큰 선물 약속
'자국 우선주의' 美 한눈 판 사이…틈새 노려 中 영향력 확대

리커창 중국 총리(왼쪽 세번째)와 아세안 각국 정상들이 10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란창강-메콩강' 협력회의에 앞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중국 국무원 홈페이지]

중국 주도로 창설된 '란창(瀾滄)강-메콩강' 협력회의(LMC) 2차 정상회담이 지난 10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열렸다. LMC는 중국과 미얀마·라오스·태국·캄보디아·베트남이 '동남아의 젖줄'로 불리는 메콩강 유역을 중심으로 개발 사업을 벌이는 지역 협력체다.

이번 LMC 정상회담 기간에 중국은 캄보디아의 항구와 고속도로 등 기반 건설과 농업 개발 등 분야에서 19개 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LMC 참여국과의 협력 사업에 양허성 차관 등 총 6조5000억원의 '통큰'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이는 중국이 '차이나머니'를 앞세워 동남아시아 국가들로부터 환심을 사기 위한 노력으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라는 이름 아래 단일시장으로 급속히 성정하고 있는 동남아 지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정책의 전략적 거점지로 설정된 이후 핵심 투자 지역으로 자리잡는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 외교를 천명하면서 국제 무대에서 한 발 물러서는 사이, 중국이 그 사이를 파고 들어 아세안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협력 강화·인프라 구축·무기 판매 등 다양한 구애 작전을 펼쳐 미국의 빈자리를 메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아시아의 신시장으로 급부상한 아세안은 싱가포르·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 ·라오스·브루나이 등 10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경제규모가 2조6000억 달러(약 2764조원)에 이른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베트남 등 대부분 동남아 아세안 회원국들은 평균 연령 20대, 연 5% 내외의 높은 성장률, 자원부국이란 공통점을 갖추고 있다. 경제성장 속도도 대체적으로 양호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동남아 지역 국가의 2010년부터 2020년까지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5.6%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세계 평균 성장률(4.0%)의 1.4배다.

개혁·개방 이후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룬 중국은 자국 내 생산력이 한계에 다다르자 아세안 지역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시 주석은 매년 2~3차례 아세안 주요 회원국을 방문해 인프라 개발에 대한 참여 의지를 밝히고 넘쳐나는 외화보유액을 이용한 대규모 지원도 약속하고 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6년 중국이 투자한 지역 중 아시아는 66%를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시 주석은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만나 ‘포괄적·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증진키로 하고 '양랑일권(兩廊一圈·중국~베트남 철도 건설)'을 추진키로 했다. 이른 바 ‘차이나 머니’를 앞세운 경제·투자·인프라 분야의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2016년 중국 최대 민영투자회사인 민성(民生)증권은 캄보디아 부동산 개발사인 LYP그룹과 손잡고 수도 프놈펜 근처에 15억 달러를 들여 2000만㎡ 규모의 주상복합 단지를 건설키로 했다. 이를 비롯해 중국 투자자들은 태국, 필리핀, 미얀마 등지의 부동산 개발 사업에도 적극 개입하고 있다.

중국은 2016년 자국의 주도로 설립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토대로 아세안 회원국들과 ‘2+7 협력 프레임워크’를 매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아세안의 대표적인 협력사업으로는 중국 남서부의 거점도시 쿤밍(昆明)과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주요국을 연결하는 ‘쿤밍-싱가포르 철도’가 손꼽힌다.

2017년 7월 태국 정부는 중국의 철도회사가 참여한 52억 달러 규모의 고속철도 1단계 사업을 승인했다. 이 고속철 공사는 2022년 개통을 목적으로 지난 해 11월 정식 착공에 들어갔다. 만약 완공이 되면 중국 남서부 윈난(雲南)성에서 기차를 타고 라오스,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세안 주요국들을 방문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은 성공적인 사업을 위해 고속철 경유국에 막대한 자금과 인프라를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국가안보전략보고서를 통해 태국과 필리핀, 싱가포르 등 전통적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국은 미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는 전략으로 나설 것"이라며 "그동안 미국이 쌓아온 '지배력'과 중국 '차이나머니'의 대결은 이미 시작됐다"이라고 부연했다.

아세안 10개 회원국 현황 [사진=아세안 공식 홈페이지(asea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