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한 리뷰]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 중노년 관객층 사로잡은 교감과 소통
2018-01-16 02:04
인물들 간의 환상적인 케미···박소담·김슬기, 피아노 직접 연주
“아 그런 걸 물어서 뭐 해요. 당연히 재밌게 봤죠. 우리 딸이 예매를 해줘서 보러 왔는데 너무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고 그랬죠. 젊은 세대 사람들이 안고 있는 고민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돼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를 보고 나서 ‘공연 어땠어요?’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돌아온 한 관객의 답변이다. 관객이 눈물을 훔치게 했던 공연 마지막 장면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훌쩍이며 공연장을 나서는 사람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10대·20대·30대 관객들로 북적이는 일반 대학로 연극 공연과 달리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의 공연장인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는 공연 전부터 중년 관객 뿐 아니라 노년 관객까지 입장을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공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평소 관객 중 절반 정도가 중노년층이다.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는 프랑스 극작가 이반 칼베라크의 작품으로 2012년 초연 후 2015년 바리에르 재단 희곡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15년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던 이 작품은 현재까지도 앵콜 공연과 투어 공연을 진행하며 프랑스 전역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작품은 고집불통 앙리할아버지와 상큼 발랄한 대학생 콘스탄스가 서로의 인생에서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앙리할아버지 역에는 배우 이순재, 신구가 콘스탄스 역에는 박소담, 김슬기가 각각 더블 캐스팅 됐다.
배우 김슬기와 박소담의 배역 소화도 훌륭하다. 콘스탄스의 통통 튀는 매력을 두 배우가 마치 자기 옷을 입은 듯 표현해낸다. 특히 공연 중간 나오는 피아노곡은 두 배우가 직접 연주하는데, 살짝 들뜬 상태의 이야기의 흐름을 잠시나마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을 한다.
마지막 앙리할아버지의 대사는 작품의 주제 의식을 담고 있다. 교감과 소통이란 거창한 말보다 어쩌면 이 한 마디가 관객에게 가장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삶의 성공과 실패는 가늠할 수 없단다. 사랑하는 데 얼마나 성공했느냐가 중요하지. 아, 마지막으로 감기 걸리지 마라” 공연은 오는 2월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