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문재인 대통령, 18개 질문에 '각본없는' 답변

2018-01-10 18:21
남북관계·위안부·개헌·UAE 등 각종 현안에 자유로운 대화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든 기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사전에 질문과 질문자를 정하지 않고 대통령이 직접 질문자를 지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형식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 공개 기자회견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25분간 신년사를 발표한 뒤 내외신 출입기자 250여명과 한 시간가량 현안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질의응답은 정치, 외교, 안보, 경제·민생, 평창 등 사회 분야 순으로 진행됐으며, 최근 화두인 남북 문제, 개헌·지방분권, 한·일 위안부 합의, 아랍에미리트(UAE)와의 군사협정 등을 중심으로 18개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번 질의응답은 대통령이 질문을 던질 기자를 직접 지목하고 대답하는 파격적인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질문 때마다 기자들이 앞다퉈 손을 들고 경쟁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집권 2년차를 구상해서 실현하려면 야당과의 관계도 굉장히 중요할 텐데, 야당과 관계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우리가 ‘여소야대’ 국면이기 때문에 개혁을 위해서는 협치를 통해서 야당과 소통하고 협력을 받아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것 같다. 새해에도 진정성을 가지고 소통·대화하면서 야당과 협치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방 소멸'이란 말이 있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위기 속에서 나오는 말이다. 지방분권 개헌을 하자는 것인데, 모든 문제를 해소할 수 없어서 대안으로 나오는 것들이 권역정부, 압축도시 등이다. 지방분권은 어떻게 가야 하나.

“지방 정부가 단순한 행정 사무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넘어서 재정·조직·인사 그리고 복지에 대해서도 자치권 분권을 확대해 나간다면, 지방정부는 주민들을 위해서 보다 밀착해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지방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주는 길이기도 하다.”

-혁신성장 분야에서도 소득주도성장에 비해 ‘문재인표 경제정책’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데.

 “먼저 경제성장률 부분에서 이제는 우리가 상당한 경제 성장을 이미 이룬 상태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고도성장해 나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서 우리가 상위권 성장률 유지할 수 있다면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3%대의 성장을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신 우리의 잠재성장률을 최대한 높여서 실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과 부합하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본다. 그렇게 볼 경우, 지난해 3.2% 정도 성장률을 이뤘을 것이라고 잠정적 평가하고 있는 가운데 새해에도 3% 성장은 지속할 수 있다.”

-어제 아랍에미리트(UAE) 특사가 한국에 왔다. 왕정국가라는 특성상 모든 것을 다 공개하기 힘들 수도 있을 텐데 과거에 국민 안전과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국민이 모르는 협정이 있었는가. 그리고 어제 만남에서 그 협정부분에 대해 수정이 가해졌는지, 아니라면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지 궁금하다.

“박근혜 정부 때 상대국의 요청으로 협정 내용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외교관계도 최대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전 정부에서 양국 정부 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공개되지 않은 협정 내용 속에 흠결이 있을 경우, 그런 부분은 앞으로 시간을 두고 UAE 측과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문제를 협의해 나가겠다. 적절한 시기가 된다면 공개할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찬을 한 바 있는데, 남북 고위급 회담 성사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친 영향이 어느 정도인가. 그리고 독자적 대북제재에 대한 생각이 있나.

“남북대화 성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은 매우 크고, 감사를 표하고 싶다. 지금 북한과의 대화가 시작되긴 했지만 북핵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라서 한국은 국제사회와 제재에 대해선 보조를 함께 맞춰 나가겠다. 그러나 한국이 국제적 대북제재와 별개로 독자적 대북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지금은 갖고 있지 않다.”

-신년사에 담겨 있는, 올해를 한반도 평화의 원년으로 삼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가.

“일단 5·24 조치 중 경제적 교류 부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부분은 국제적으로 이뤄지는 제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제재의 틀 속에서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안보리가 결의한 제재 범위 속에 있다면 독자적으로 그 부분을 해제하긴 어렵다. 결국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북핵문제 해결과 함께 가지 않을 수 없다. 저는 대화 노력이 서로 선순환 작용을 할 것이라 본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 노력이 북핵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주게 되고, 북핵문제 해결 부분에서 진도가 나가야 남북관계도 그만큼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로도 나서도록 유도해내는 것이다. 그게 이뤄진다면 그 속에서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 관광 재개를 검토해 나가겠다.”

-기자들이 대통령이나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대통령 지지자들이 격한 표현의 댓글을 단다. 이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나.

“정치하는 사람들은 정치하는 기간 내내 제도언론의 비판뿐 아니라 인터넷, 문자, 댓글을 통해 많은 공격을 받아왔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저보다 많은 공격을 당한 정치인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저와 생각이 같건 다르건 상관없이 유권자인 국민들의 의사표시라고 받아들이면 된다. 국민과의 소통은 가장 중요한 일이고, 국민과의 소통 방법으로 언론과 소통하는 것은 그 가운데서도 핵심적인 것이다. 틈나는 대로 기자들과 자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