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터넷 펀드시장 삼국지, 텐센트도 가세… 위챗이 최대 무기

2018-01-11 18:04
자회사 텅안펀드, 허가증 확보
제3자 펀드결제·판매 가능해져
둥팡차이푸·앤트파이낸셜 경쟁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중국을 대표하는 IT그룹 텐센트(騰訊·텅쉰)가 작년 10월 보험대리사인 ‘웨이바오(微保)’ 승인에 이어 제3자 펀드 판매 허가증도 확보하면서 금융업에 대한 야심을 본격화했다.

선전(深圳)시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최근 텅안정보과기(騰安信息科技)의 증권투자펀드판매업무자격을 승인했다고 봉황망 등 중국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텅안정보과기는 텐센트가 100%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로, 최근엔 회사명을 텅안펀드(騰安基金)로 변경했다. 텅안펀드는 텐센트 산하 온라인 금융 플랫폼인 리차이퉁(理財通)을 통해 독립적이며 합법적으로 펀드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중국 국제금융신문사는 텐센트가 펀드 판매 허가증을 확보하는 목적은 리차이퉁의 합법화를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텐센트 입장에서 허가증은 일종의 방어이자 보완으로, 앤트파이낸셜(螞蟻金服·마이진푸)의 합법성 시비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텐센트는 이전까지는 제3자 펀드 판매 플랫폼인 하오마이차이푸(好買財富)의 최대주주(28.26%)로서 간접적으로 펀드 판매 자격을 행사했고, 주로 펀드 결제 플랫폼과 서비스만 제공해왔다.

반면 텐센트의 '맞수'인 알리바바그룹의 금융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은 2015년 4월 헝성전자(恒生電子) 자회사인 항저우(杭州) 수미(數米)펀드의 지분 68.83%를 확보하면서 이미 펀드 판매 자격을 확보한 상태였다. 

중국 매체 월스트리트견문(華爾街見聞)은 제3자 펀드 판매 승인을 얻은 텐센트가 제3자 결제·은행·재테크·신용조회·소액대출·보험·펀드결제·펀드판매 등이 가능해졌고, 지난 9월 중국국제금융회사(CICC)에 대한 24억 위안(약 3948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로 증권사 허가증도 간접적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견문은 9억8000만명의 위챗(微信·웨이신) 사용자를 기반으로 하는 텐센트 리차이퉁이 중국 인터넷 펀드 판매 업계 거두인 둥팡차이푸(東方財富)와 앤트파이낸셜의 마이차이푸(螞蟻財富, 원스톱 재테크 플랫폼)에 강력한 맞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모바일 메신저 위챗은 텐센트가 제공하는 SNS 플랫폼이다. 위챗으로 리차이퉁에 접속해 펀드 상품 판매가 이뤄지면 텐센트는 사용자와 접근성, 편리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왕이차이징(網易財經)에 따르면 은행 판매 채널을 제외하고 인터넷 펀드 판매 시장에서 둥팡차이푸의 톈톈(天天)펀드망과 마이차이푸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무려 80%에 달한다.

왕이차이징은 둥팡차이푸가 증권 투자 영역에서의 성장과 방대한 트래픽을 바탕으로 2015년 펀드 판매액 7432억5500만 위안, 이윤은 18억4900만 위안을 기록했고 펀드 판매가 둥팡차이푸의 주요 수입원이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앤트파이낸셜 등 거대 IT 기업들이 인터넷 펀드 시장에 속속 진입하면서 둥팡차이푸의 판매량과 이윤은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이다. 둥팡차이푸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총 영업이익은 10억9300억 위안을 달성했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6.17% 감소한 것이다.

둥팡차이푸의 가장 큰 경쟁 상대인 앤트파이낸셜은 방대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우위로 개방형 전략을 펼치고 있다.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텐센트도 만만치 않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둥팡차이푸는 인터넷 펀드 판매 1위 자리 수성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앤트파이낸셜의 모바일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支付寶·즈푸바오)가 지난 2일 발표한 ‘2017 알리페이 전국민 명세서’에 따르면 알리페이 월 사용자는 5억2000만명에 달한다. 텐센트가 발표한 지난해 3분기 말 재무제표를 보면 위챗의 월 사용자는 10억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플랫폼 모두 중국인들 삶에 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며 방대한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작년 5월 기준 둥팡차이푸망의 월 사용자는 2190만명 수준이다. 중국 IT 업계 양대 산맥인 텐센트와 알리바바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다.

왕췬항(王群航) 중국인허(銀河)증권펀드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중국 국제금융보에서 “10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위챗은 방대한 펀드 판매 채널로 보여지지만, 과거 대형 플랫폼들의 사례를 보면 (텐센트의 시장 진입을) 낙관할 수 많은 없다”면서 “텐센트가 투자자의 입장에서 왜 위챗을 통해 펀드를 구매해야 하는 지 답할 수 있다면 그 방대한 채널의 경쟁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금융당국은 과거엔 인터넷 금융 플랫폼에 허가증을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대형 자산관리 업계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면서 펀드 및 기타 금융 재테크 상품을 판매하려면 펀드 판매 허가증이 있어야 된다.

​중국증권관리감독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2016년 9월까지 펀드 판매 허가증은 총 107장이 발부됐다. 작년에는 제3자 펀드 판매 허가 심의가 전국 대부분에서 중단되면서 단 한 건만 처리됐다.

이로 인해 중국에선 펀드 판매 허가증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현재 거래가가 7000~8000만 위안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펑파이(澎湃)뉴스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