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8] 정의선 부회장, 현대차 변화 필요 역설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

2018-01-10 09:55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제대로 할 것"

 
 

[사진=현대차 제공]


"일하는 방식이나 모든게 달라져야 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현대차의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 '빠르게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을 드러낸 것이다.

정 부회장은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18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솔린·디젤엔진에서 전기차·수소전기차로 바뀌면서 일하는 방식이나 모든게 달라지고 있다"며 "아마 경쟁사들도 다 비슷한 처지일 거고, 누가 먼저 (변화) 하느냐가, 살아남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이 될 것 같다"라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현대차는) ICT기업보다 더 ICT를 잘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며 "(ICT 기업처럼 변화하는것은) 내부적으로 힘든 과제"라고 덧붙였다.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정 부회장은 "내부적으로는 계속 파트너들을 만나고 있고 준비를 하고 있다. 안하고 있는 게 아니고 제대로 하려고 늦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자율주행도 오로라하고의 협업이 이번 CES에서 발표가 됐지만 사실 오랜기간 계속 만나며 협업해온 결과이다.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것은 좀 아닌 것 같고 제대로 하고 실속있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CES 2018 기간 동안 미래 모빌리티와 자율주행 관련된 인텔·모빌아이, 엔비디아, 오로라 등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따라 만남을 가지며 미래 모빌리티 협력 확대 방안을 비롯한 현대차 경쟁력 강화 구상에 몰두했다.

또한 삼성전자, LG전자, 파나소닉 등 글로벌 전자 업계는 물론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전시관을 빠짐없이 돌며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최신 기술 동향을 눈여겨보고, 임직원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자동차 회상의 본질은 잊지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카셰어링이나 카헤일링(운전자가 있는 차량 호출)도 우리가 코어를 잘하면서 해야지 막 벌려놓고 실패를 하면 접는 것은 너무 손실이 큰 것 같다"며 "도요타는 좀 효율적으로 하려는 것 같고 다른 회사를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GM, 포드 등은 이사진들이 최고경영자(CEO)에게 계속 새로운 것을 시도하도록 푸쉬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갈등 등에 따른 중국에서의 위기를 두고 '좋은 주사를 맞았다'고 표현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중국 시장 부진 등으로 경영 상황이) 굉장히 심각했다"며 "하지만 오히려 좋은 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디자인 조직을 중국으로 옮기면서 현지상품 개발까지 나선 만큼 내년부터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국시장 내 판매량 회복 전망에 대해선 "작년 11월부터 정상화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전전년도 수준인) 90만대, 잘하면 100만대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 부회장은 수소차를 통한 중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중국에서도 수소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중국 내에서 관심이 굉장히 많다. 도요타도 중국에서 수소차를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뒤지지 않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께 자리한 양웅철 현대차그룹 부회장도 "이번에 (중국에서) 위기를 겪으면서 뭐가 부족했는지 알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을 보완해 상품이 개선되고 있다"며 "중국에서 할 수 있으면 미국, 유럽에서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꼽은 현대차의 장점은 '품질'이다. 정 부회장은 "품질에서 (현대차가) 장점을 갖고 있다"며 "다만 포르쉐 정도의 품질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덧붙여 정 부회장은 가장 좋아하는 차로 '포르쉐 911'을 꼽았다. 그는 "포르쉐 911은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주행성능도 그렇고 배울 점도 많다"며 "테슬라도 도전한다는 측면에서 뛰어난 차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다른 완성차 브랜드들과 비교해 아직 현대·기아차가 시도하지 않은 픽업(트럭)과 컨버터블 모델 개발도 고민하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계획도 일부 공개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신흥 시장은 매우 중요하다. 상용차와 승용차가 같이 가야 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들어가 공장을 세우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일본차가 대부분 장악하고 있지만 확실한 전략만 있으면 (시장점유율) 25%까지는 바로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