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왕중왕' 존슨, 약속의 12번홀 '이글쇼'…김시우 ‘톱10 쾌거’
2018-01-08 13:28
PGA 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이 세계 최고의 스타들만 모인 2018년 첫 대회 미국프로골프(PGA) 왕중왕전에서 제대로 ‘골프 갑질’을 했다. 무려 8타 차 우승. 이 정도면 부당행위로 봐도 될 정도로 압도적인 기량을 뽐냈다.
8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주 마우이 섬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 코스(파73)에서 열린 PGA 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총상금 630만 달러) 최종 4라운드. 존슨을 새해 첫 우승으로 이끈 ‘약속의 홀’은 12번 홀(파4·429야드)이었다.
전날 3라운드 이 홀에서 존슨은 환상적인 ‘샷 이글’을 선보였다. 드라이브 티샷으로 359야드를 보낸 뒤 두 번째 72야드 웨지샷이 그대로 홀컵에 빨려 들어가 이글을 잡았다. 존슨이 전 홀에서 보기를 범한 뒤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간 시점이다.
2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선 최종라운드. 우승의 쐐기를 박은 홀도 12번 홀이었다. 이번에도 드라이브 티샷으로 원온을 노린 존슨은 무려 430야드를 보냈다. 행운도 따랐다. 드라이버 헤드 약간 아래쪽에 맞은 타구가 낮게 깔렸고, 마침 뒷바람까지 지원했다. 가파른 페어웨이에 튕겨 그린에 올라간 공은 그대로 홀 바로 앞까지 굴러 핀 15cm 옆에 붙었다. 퍼터를 든 존슨은 이글을 잡아 2위와 8타 차로 벌렸다.
존슨은 이날 이글 1개와 버디 7개, 보기 1개를 묶어 8언더파 65타를 쳐 최종합계 24언더파 268타를 기록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위 존 람(스페인)을 8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린 압도적 우승이다. 존슨은 우승 상금도 113만4000 달러(약 12억1000만원)도 손에 쥐었다.
이 대회는 지난 시즌 PGA 투어 우승자만 참가해 왕중왕을 다투는 진정한 무대다. 이번엔 34명의 선수들이 우승을 노렸다. 하지만 존슨의 ‘세계 1인자 위엄’에 다들 혀만 내둘렀다. 존슨은 2013년에 이어 이 대회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PGA 투어 통산 17번째 우승을 쓸어 담았다. 또 2008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올해까지 11년 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존슨은 첫날 공동 7위로 출발해 둘째 날 3위까지 올라 우승을 노렸다. 마지막 이틀 동안 무려 15언더파를 적어낸 존슨을 당해낼 경쟁자는 없었다. 마지막 날 전반 9개 홀에서 4타를 줄인 존슨은 2위권을 멀찌감치 따돌렸고, 후반 9개 홀에서도 4타를 더 줄여 완벽한 새해 첫 우승을 완성했다.
한국 선수로 유일하게 출전한 김시우는 이날 첫 홀에서 보기로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이후 버디만 5개를 더해 4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11언더파 281타로 단독 10위에 올랐다. 당초 목표였던 톱10 진입 성공이다.
비록 우승은 이루지 못했지만, 지난해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자로 참가한 김시우는 달라진 위상을 드러냈다. 지난해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해 32명 가운데 공동 30위에 그치며 세계의 벽을 실감했지만, 올해는 톱10에 당당히 이름을 올려 올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독주 우승을 차지한 존슨의 뒤로 2위 경쟁이 치열했다. 존 람이 16언더파 276타로 준우승을 차지했고, 브라이언 하먼(미국)이 15언더파 277타로 3위에 올랐다. 조던 스피스(미국)는 12언더파 280타로 9위를 기록했고, 디펜딩 챔피언 저스틴 토마스(미국)는 이날 6타를 줄였으나, 1~3라운드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4언더파 288타로 공동 22위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