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과함께-죄와 벌' 김동욱이라는 히든카드
2018-01-06 00:10
영화는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주호민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의 김용화 감독이 기획부터 촬영까지 장장 6년을 투자해 만든 작품. 이번 작품에서 김동욱은 정의로운 망자 자홍(차태현 분)의 동생이자 억울한 죽음으로 원귀가 된 수홍 역을 맡았다.
영화 초반 관객들의 관심밖에 있던 김동욱은 또박또박 관객의 곁에 다가왔고, 관객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숨죽여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스크린을 장악한 진정한 히든카드인 셈이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가진 배우 김동욱의 일문일답이다
- 기쁘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많은 관심을 받게 돼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심스럽다. 가야 할 길이 멀다. 저의 바람이 있다면 이 관심이 오래 지속되는 거다.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 2편 개봉도 있고…. 오버하기에는 조심스럽다는 거다.
- 여러모로 다행이다. 하하하. 수홍에 대한 걱정도 컸기 때문에…. 2편에서 (하)정우 형과 오랜 시간 드라마를 만드는 캐릭터인데 1편에서 많은 사랑을 주셔서 안도감이 든다. 그건 다 (차)태현 형님과 선배님들이 드라마를 잘 쌓아주셨기 때문에 수홍 캐릭터가 공감을 끌어낼 수 있었다. 사실 수홍 캐릭터와 1편 클라이맥스 신이 어떻게 비칠까 우려가 컸었다.
어떤 우려였나?
- 스스로 해야 하는 역할이 있지 않나. 원귀로 시작해 이승과 저승을 어지럽히면서 나름의 스토리를 쌓아 마지막까지 가기까지. 사람들에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하면서 자홍의 스토리를 방해하면 안 되고, 마지막에는 그가 쌓은 드라마를 극대화하는데 도움을 줘야 한다. 그건 대본을 보면서도 명확히 보였다. 그런 것들을 잘 해내지 않으면 배우들이 쌓아온 것들을 짧은 시간에 무너트릴 수 있어서 걱정이 많았었다.
영화 공개 후에는 히든카드로 통한다. 반응이 너무 좋아서 뒤늦게 인터뷰를 시작한 케이스기도 하고
-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반응이 얼떨떨하다. 솔직히 지금은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 그렇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런 생각 들 때마다 태현 형님과 예수정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 고마운 마음뿐이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마음이 든다.
차태현·하정우·예수정 배우와의 케미스트리도 좋았지만, 도경수와의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 사실 군대 장면이 많지 않다. 정말 짧게 몇 회 정도 촬영했었고 경수 씨와 에피소드를 만들 만큼 오래 찍지 않았다. 그 친구가 감정적으로 어려운 신이 많았기 때문에 충분히 감정 조절, 컨트롤 할 수 있도록 방해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했었다.
‘신과 함께’를 두고 여러 우려가 들 수도 있었을 텐데
- 그런 것까지 생각하는 건 오버였다. ‘아, 이 작품이 판타지인데 CG 구현은 어떻고 잘 될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은 전혀 없었다. 그저 김용화 감독님, 하정우 형과 또 한 번 만날 수 있다니 좋다, 든든하다는 마음이었다. 저의 처지가 그런 것까지 걱정할 만큼 좋지는 않다. 하하하.
원작과 비교하는 말 또한 많았었는데
- 그것 또한 제가 우려하는 부분은 아니었다. 웹툰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대본을 봤을 때 그 자체로도 너무 재밌어서 뒤늦게야 ‘아, 원작이 신과 함께였지’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대본을 읽는 동안에는 원작 웹툰을 잊고 있었다.
원작과 시나리오 속 수홍에 대한 조율은 어땠나?
- 작품 속 수홍에 관해서는 고민했지만, 웹툰 속 병장의 모습을 고르고 가져오고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독립적으로 충분히 재밌게 캐릭터를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수홍을 관통하는 중심 키워드는 무엇이었나?
- 개인적으로는 1부, 2부를 통틀어서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건 삶을 인정하는 태도 즉 쿨함이었다. 자기 연민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상황을 쿨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자홍이 떠난 15년이란 시간 동안의 수홍이 설명된다고 판단했다. 가장으로서 어머니를 모시고 때로는 친구처럼 보이기도 해야 하니까. 또 원일병을 보듬어주고 챙겨주며 나중에는 용서도 하지 않나. 그런 쿨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실제 성격과도 닿아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 그런 것 같다. 데뷔해서 지금까지 제가 원하지 않은 작품을 한 적은 거의 없었다. 내가 선택하고 결과물로 만들기까지 최선을 다해도 관객들로 하여금 내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얼마나 전달될지 모르는 데 자신이 없는 작품을 선택하면 어떤 의미가 있겠나. 그런 고집은 계속 부렸던 것 같다. 때로는 득이 되고 실이 되기도 하지만 많은 공부가 된다. 고집스러워야 하는 순간과 놔야 하는 순간들, 쿨해져야 하는 순간에 대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하는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새로이 공부한 것은 무엇인가?
- 블루스크린에서의 촬영이다. 배우로서 너무 소중하고 뜻 깊은 경험임이 분명하다. 어떤 레퍼런스가 될 수 있는 작품을 두고 시작을 했다는 게 아주 큰 공부인 셈이다.
늘 연기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 같다
- 늘 한다. 내가 진짜 이 길을 가는 것이 맞나? 이렇게 선택하고 밀어붙이는 게 맞나? 아니라면 더 빨리 이 끈을 놓고 도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고민을 한다. 아직도 하고 있고.
2편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준다면?
- 아까 말씀드린 수홍의 쿨함을 보실 수 있다. 원일병과 박중위의 스토리가 2부에서 풀어지니까. 박중위는 어떻게 되는 거지? 의문을 가지셨던 분들이 있다면 2부에서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또 염라대왕과 삼차사의 과거도 담겨있으니 기대해 달라.
기분 좋게 새해를 맞게 되었는데. 소감은?
- 외롭지 않게 2017년을 마무리해서 행복하다. 2018년에는 다시 한번 쉼 없이 달려가는 해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 굳게 마음을 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