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대우건설 매각…"무산 가능성도"

2018-01-01 10:48
산은과 쇼트 리스트 간 매각 희망가 괴리…주가 지속 하락 부담
노조, '밀실 매각' 의혹 제기…매각 재검토 지적도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대우건설 본사 건물에 걸린 대우건설 및 산업은행 간판. [사진=김충범 기자]


올해 건설업계 인수·합병(M&A) 최대어로 꼽혔던 대우건설 매각이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본입찰이 이달 중순으로 밀리며 일정이 꼬인 데다, 노조의 반대 움직임도 나날이 격화되고 있어서다.

산업은행은 공식적으로 매각을 강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매각을 둘러싼 문제들이 하나같이 만만찮은 것들이어서 최악의 경우 매각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마저도 흘러나온다.

1일 건설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예비인수후보(쇼트 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말경 본입찰을 진행하려 했으나 이달 중순 무렵으로 늦추기로 했다. 실사 기간이 짧아 본입찰 과정을 준비하는데 시간을 달라는 일부 후보의 요청을 산은 측이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대우건설 본입찰 시기는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쇼트 리스트가 호반건설,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 중국계 사모펀드(PEF)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등 단 3곳으로 좁혀지면서 이미 매각 흥행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데다, 이들과 산은 간 매각 희망가격 갭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18일 중국계 사모펀드인 엘리언홀딩스가 쇼트 리스트 경영진 설명회에 갑작스레 참여하면서 매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나 싶었지만, 쇼트 리스트가 아닌 엘리언홀딩스는 재무적투자자(FI) 형태로 CSCEC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치열한 경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산은은 대우건설 매각 희망가로 약 2조원 수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못해도 1조5000억원 이상에 팔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대우건설 주가(28일 종가 기준)는 5920원으로 본입찰에서 산은이 2조원을 받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문제는 대우건설의 기업가치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며 주가가 하락세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대우건설 주가는 지난 8월 초만 해도 8000원대 초반 선까지 올랐으나 이후 점진적으로 하락하며 현재 5000원대에 줄곧 머물러 있다.

만약 주가가 액면가(5000원)까지 떨어질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다 해도 매각 예상가격은 1조3000억원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쇼트 리스트들이 제시한 1조4000억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작 본입찰 시기에 업체들이 본입찰가를 더욱 낮출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원활한 매각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단기간 대우건설 주가가 반등할 수 있는 강력한 요인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이를 기대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대우건설이 국내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펼치고 있지만, 정작 올해 국내 부동산 시장 전망은 정부의 고강도 규제, 금리 인상 등의 요인으로 그리 밝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내부에서 매각 반대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지부(이하 대우건설 노조)는 이달 21일 매각, 임금, 산은 측의 경영 간섭을 이유로 쟁의행위를 펼친 데 이어 27일에는 이동걸 전 산업은행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는 "산은은 대우건설에 쇼트 리스트 업체에 관한 일체의 정보나 일련의 매각 과정들에 대해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사실상 '일방적 밀실매각'과 다를 바가 없다"며 "매각 정상화를 위해 내부 요구를 계속 관철해나갈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합법적 범위 내에서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대우건설 인수가 난항을 겪는 것은 산업은행이 조속한 매각 논리에만 매몰된 채 뚜렷한 비전 및 전략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매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인 입찰 전후 시점의 시장 상황과 업계 분석에 실패했다는 것이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우건설 주가는 쇼트 리스트를 추리기 시작한 시점인 11월 중순 이후 오히려 큰 폭의 내림세를 보였다.

한 M&A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조속한 매각'과 '헐값 매각 피하기'라는 양립할 수 없는 조건에 치우친 나머지 대우건설의 기업가치 향상, 새주인의 조건, 시장 상황 등에 대한 종합적 매각 철학을 세워놓지 못한 것이 문제"라며 "이렇다보니 대우건설 구성원들에게도 이 같은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의 반발이 커질수록 쇼트 리스트들도 인수를 주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주가도 하락세에 놓여 있어 매각 재검토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시점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반면 산업은행 관계자는 "최근 대우건설의 주가가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조건 매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1년 전에도 5000원대 선에 머물렀지만 이후 다시 7000원선까지 반등한 적이 있다. 기업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기회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산은은 내년 1월 본입찰을 실시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경우 4월경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이다. 이후 7월쯤 매매 대금을 수령하면 모든 매각 절차는 종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