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가 시진핑에게 '중국 화장실 혁명 도와줄게' 윙크하고 나선 까닭
2017-12-28 15:42
골칫거리 잽싸게 풀어주면서 중-일 경제협력 구애전략
최근 일본 정부가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추진 중인 ‘화장실 혁명’을 돕겠다고 나섰다.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좋은 일본산 비데를 중국에 싸게 보급해 공공 화장실이나 농촌에도 수준 높은 화장실 문화가 생겨나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최근 3년간 화장실 혁명을 위해 200억 위안(약 3조2000억 원) 이상을 투입했다. 하지만 지방과 농촌 지역의 개선은 여전히 더디다. 시 주석의 골칫거리를 정확히 파악한 일본이 중‧일 관계 개선과 이를 통한 경제 협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기류는 올해 5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시 주석에게 중·일 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친서를 전달하면서 본격화됐다. 아베 총리는 9월 중국대사관이 도쿄에서 개최한 국교 정상화 45돌 행사에도 참석했다. 현직 총리가 해당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15년 만에 일이다.
시 주석은 지난달 11일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아베 총리와 만난 “안정된 양국 관계가 쌍방의 이익에 부합한다. 양국 관계를 새롭게 시작하자”고 말했다. 굳은 표정으로 아베 총리를 외면하던 2014년 APEC 당시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중국에서 민감한 문제로 꼽히는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일이었던 이달 13일 시 주석은 참석만 했을 뿐 추모사를 위정성(兪正聲)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에게 맡겼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분쟁과 역사 인식 문제 등으로 대립각을 세웠던 중국과 일본이 갑작스러운 해빙 상태로 바뀌게 된 것은 미국의 역할도 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보호무역주의를 주장, 수입 규제를 강화하면서 일본과의 관계가 느슨해진 것.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 전날 도쿄 미국 대사관에서 마련된 미·일 기업 경영자 대상 간담회에서 “미국과 일본의 무역은 공정하지도 개방적이지도 않았다”며 “일본과의 무역에 대한 교섭 프로세스는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애초 외교 노선은 철저한 실리적 계산에 따라 자국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수정되기 마련이다.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변하지 않는 한 세계적인 경제 불황이 해결되지 않는 한 중국과 일본의 낯설고 어색한 평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으며 단지 영원한 국익만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우리의 영원한 벗인 이익을 제대로 챙기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