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살]김정일 요리사였던 일본인, 평양서 차린 일식집이 대북제재로 유탄맞았다
2017-12-28 10:04
후지모토 겐지는 요즘 죽을맛…일본에는 후지모토 만나는 북한 여행상품도 나왔는데
'후지모토 겐지' 북한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전속 요리사로 일한 인물. 현재 김 위원장이 없는 평양에서 '다카하시'란 일식집을 개업하고 꿋꿋이 요리를 하고 있지만, 최근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청부살인 압박도 숙청 처형도 아니다. 대북제재로 싱싱한 생선을 구하지 못 하는 상황이다.
◆지난 2월 평양 '다카하시'서 일식 먹는 여행상품도 공개
후지모토의 평양 일식점 개업 소식은 지난 2월 17일 일본 공식 조선국제 여행사 'JS 투어스' 홈페이지에 '전설의 요리사 음식을 즐기는 투어' 상품이 올라와 알려졌다. 해당 여행상품 소개글에는 '평양에 일본 음식을 먹으러 가자! 소식 불명이었던 요리사가 평양에서 일본 요리점을 오픈했습니다. 평양에서 일본 요리와 조선 요리를 즐겨 보세요.'라고 적혀 있다. JS 투어스는 해당 여행일정은 3일이고 금액은 20만엔(2인 기준)이라고 밝혔다. 여행상품 소개 페이지에는 후지모토가 머리에 두건을 두른 채 상냥한 미소를 지은 사진도 공개됐다.
당시 후지모토의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누리꾼들은 "살아있었구나!", "암살되는 거 아니야?" 같은 반응을 보이며 안부를 걱정했다.
◆대북제재로 싱싱한 생선 못 구하고 조미료는 중국 식료품 가게서 겨우 구매
누리꾼의 걱정과 다르게 25일 일본 '닛폰 TV' 후지모토의 안부에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해줬다. 니폰TV는 직접 평양에 있는 일식점 '타카하시'를 가서 후지모토를 만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후지모토는 일식점 운영과 관련해 "북한 생선만 들어오고 있습니다. 신선도가 좋은 생선은 좀처럼 구하기 어려워요."라고 말했다.
강화된 대북제재로 북한산 해산물밖에 구할 수 없다는 뜻이다. 후지모토는 북한에서 구하기 힘든 음식점의 일본 조미료나 술은 중국 식료품 가게에서 산다고 설명했다. 또한, 후지모토의 일식점에는 일본어 간판과 메뉴판이 있는데 그 이유로 북한사람에게 일본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해당 소식을 접한 일본 누리꾼들은 무엇보다 해당 음식점을 누가 이용할지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후지모토와 북한의 인연은 1982년 북한에 있는 일식점 '안산관'에서 일한 것이 시작이다. 그 후 북한과 일본을 전전하다가 평양에 있는 고려 호텔 식당 요리사가 됐고 김 위원장의 입맛을 사로잡아 전속 요리사로 발탁됐다. 그는 2001년 오랜 평양 생활을 끝내고 일본으로 탈북했다.
후지모토가 1998년 식재료를 구하러 중국 베이징을 방문하면서 일본으로 전화를 걸었다가 들통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빌미로 언젠가는 수용소로 보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를 탈북하게 만들었다. 탈북 이후에는 '김정일의 요리사', '북한의 후계자 왜 김정은인가?'같은 저서를 내고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 김씨 일가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며 이목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