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2000년에는 주 6일 근무였고 토요일 점심 먹고 한두 시간 더 일하고 퇴근했었습니다. 그리고는 격주 토요일 근무제로 바뀌면서 2003~2004년쯤 주 5일제가 시행됐습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떨까요? 주 40시간이라는 근무시간도 점점 줄어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점점 35시간제로 변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그때는 주 35시간이 복지가 아닌 당연한 것이 되겠지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페이스북 2월 17일 게시물 중.

고용시장 이슈인 '주 35시간 근무제'에 스타트업 기업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인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기업들은 이미 제도를 시행하면서 직원들의 능률이 오르고 기업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27일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015년부터 '주 4.5일 근무제'를 시행해 오다가 올해 3월 '주 35시간 근무제'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매주 월요일 오후에 출근하며 4.5일 근무를 유지해 오다가, 직원들의 업무효율이 높아지자 주 35시간 근무를 도입한 것이다. 여기에 점심시간을 90분으로 늘리며 직원들의 하루 근무시간을 7시간 정도로 줄였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4.5일 근무제 이후 35시간 근무제를 진행하니 시행착오도 크게 겪지 않았다"면서 "4.5일 근무제를 '베타버전'으로 진행 중에도 주 5일제로 재전환되지 않기 위해 구성원들이 이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숙박 O2O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 역시 우아한형제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지난 4월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위드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사실 주 35시간이라는 규정도 '자율출퇴근제'가 직원들 간 눈치 보는 일을 발생시킬 것을 우려해 직원들에게 보기(자율출퇴근과 '9 to 6') 중 선택하게 했고, 그 결과 출퇴근의 기준이 정해지게 된 것뿐"이라며 "점심시간도 90분으로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가구 이사 O2O 서비스 '짐카'를 운영하는 다섯시삼십분은 법인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 오전 9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5시 30분 퇴근한다. 대기업에 근무하며 야근을 경험했던 대표가 지난 2012년 10월 설립 초기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적극 밀어붙였다. 셰어하우스 O2O '우주' 역시 창업과 동시에 '10 to 6'를 지키고 있다. 월 10회까지는 유연근무제도 시행하며 출퇴근시간은 물론 근무 장소까지 편의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근무 시간을 줄이면 야근으로 이어진다', '일이 밀린다' 등 부정적인 시각이 이어졌음에도 이들 기업 모두의 성장세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영업이익 24억6000만원을 기록하며 O2O업계들 사이에 '흑자전환'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푼 대표 스타트업 기업이 됐고, 위드이노베이션은 240여명이 근무하는 회사로 규모가 커졌다. 짐카 역시 연간 약 6만건의 누적 견적건수를 기록해 50% 이상 성장했고, 우주는 5년 전 1개이던 지점 수가 현재 84개로 늘었다.

한 O2O업계 관계자는 "근무시간과 생산성이 비례한다는 기존 관리자들의 가치관이 '주35시간 근무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키우고 있다"면서 "지식기반 산업에서는 근무 시간과 생산성이 비례하지 않고, 일에 대한 몰입이 중요한데 아직까지 이 부분에 대한 공감이 잘 안 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O2O 관계자도 "절대 근무시간을 줄인 것이 실적 상승의 요인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근무를 줄인다고 해서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고도 절대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