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美 세제개편 파장에 달러 요동치나
2017-12-26 14:32
기업 유보금 미국으로 들어오며 달러 수요 급증 예상
내년에 본격 실시될 미국의 세제 개편으로 기업들의 해외 유보금이 미국으로 쏟아지면서 달러 가치와 금융 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약 2조60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기업들의 해외 유보금 중 약 4000억 달러(약 430조원)가 세제 혜택 효과로 미국으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WSJ는 "기업들이 달러로 된 자산을 사들이면서 달러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미국 의회를 통과한 감세안은 미국 기업들이 본국으로 들여오는 해외 유보금에 대해 일회적으로 세율을 현행 35%에서 8~15.5%까지 대폭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내년에 미국 기업들이 본국에 환류하는 자금이 2000억~4000억 달러 사이일 것으로 추산하면서, 현재 1.1870달러 수준인 유로·달러 환율이 내년 1분기에 1.10달러까지 떨어지는 달러 강세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미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04년 후반에도 해외 유보금 환류에 대해 일시적 감세로 3120억 달러의 해외 유보금이 미국으로 유입된 바 있으며, 그 여파로 2005년에 1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13% 가까이 급등했다.
다만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내년 초반에 달러가 오르더라도 추세를 지속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BNP파리바, RBC캐피털마케츠 등 글로벌 대형은행들은 일제히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에 달러가 강세로 시작하다가 점차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을 비롯한 여타 경제 역시 서서히 통화부양책의 출구전략을 찾고 있기 때문에 달러가 여타 통화에 비해 큰 매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JP모건자산운용의 닉 가트사이드 CIO는 “내년에 달러가 오르더라도 상승폭은 소폭에 그치고 유로의 상승세가 더 가파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내년 말 유로·달러 환율이 1.3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