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맨이 되라” 김시우가 PGA서 살아남는 법
2017-12-26 06:00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가장 대우(?)를 받은 한국 남자골프 선수는 김시우다. 지난 5월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15~2016시즌 PGA 투어 데뷔 시즌만 해도 김시우는 무명의 선수였다. 대회 대부분을 신인급 선수들과 한 조에서 쳤다. 그를 알아보는 사람도 없었고, 당연히 따라다니는 갤러리도 없었다.
하지만 1년 만에 상황은 달라졌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PGA 조직위원회는 김시우를 극진히 모셨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한 조를 이뤘고, 프레지던츠컵에서는 김시우를 위한 응원곡도 등장했다. 갤러리들도 부쩍 늘었고, 이젠 공항에서 그를 알아보는 팬들이 생길 정도로 유명해졌다.
인상적인 한 해를 보낸 김시우가 얻은 소득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경험이었다. 시즌 초반 허리 부상으로 출발이 좋지 않았고, 그만큼 시즌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은 그에게 정상급 선수들과 함께 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와 여유를 안겼다.
“작년에 체력 훈련을 소홀히 한 것이 부상으로 이어졌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은 만족하지만, 시즌 전체를 보면 아쉬움이 많았다. 올해는 내년 시즌을 위해 준비를 많이 하려고 신경 쓰고 있다. 한 대회가 아닌 한 시즌을 모두 잘할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김시우가 휴식 기간에도 체계적인 훈련 일정을 잡아 연습량을 끌어올린 이유다. “그동안 스트레칭 정도밖에 하지 않았을 정도로 워낙 운동을 안 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트레이너를 두고 안 쓰던 근육 훈련을 하고 있다. 못 쓰던 근육을 쓰기 시작했고, 발목 유연성도 좋아졌다. 허리에 무리가 되지 않는 스윙을 하면서도 스윙 스피드가 2~3마일 늘어 비거리도 10~15야드 정도 늘었다.” 드라이브의 구질도 일정한 드로로 바꿔 비거리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
몸을 강하게 만든 김시우는 현재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자신감까지 든든하게 챙겼다. 메이저 4개 대회를 경험하면서 우승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 “예전엔 메이저 대회라는 이유만으로 위축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같은 선수들과 겨루며 코스 컨디션만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다른 게 없다는 것을 느꼈다. 스코어를 줄이지 않고 버티기만 해도 순위가 올라가는 대회가 메이저다. 평소 대회보다 감만 좋다면 오히려 우승도 더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시우가 가장 우승을 해보고 싶은 대회는 ‘꿈의 무대’인 마스터스다.
내년 필드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타이거 우즈와의 재회도 내심 기대가 크다. 김시우는 “프레지던츠컵에서 우즈와 처음 인사를 나눈 적이 있고, 토리파인CC에서 같은 선수로 뛴 적이 있다”며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가는 내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이 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우즈와 1·2라운드 같은 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김시우는 내년 1월 4일부터 미국 하와이 카팔루아에서 열리는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 출전한다. 김시우는 “새해를 시작하는 영광스러운 자리다. 작년에는 대회에 나간 것으로 만족했지만, 이번엔 톱10을 넘어 우승까지 해보고 싶다”면서 “겨우내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 내년에는 더 공격적으로 대회에 나가 우승을 노리겠다. 지금 첫 대회가 무척 기대된다”고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