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의 ‘뉴롯데’ 속도 낸다…집행유예로 지주사 전환 탄력
2017-12-22 22:28
징역 1년8월에 집행유예…호텔롯데 상장 등 2019년께 본격화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 징역 4년형…건강과 고령탓에 법정구속 면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 징역 4년형…건강과 고령탓에 법정구속 면해
경영비리 혐의로 총수 일가가 동시에 재판을 받게 된 롯데그룹이 최악은 피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징역 1년8월에 집행유예를, 신격호 총괄회장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지만 법정구속은 면했다. 이로써 신동빈 회장이 강조한 ‘뉴롯데’를 향한 행보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는 22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 중 일부만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 회장은 선고 직후 심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재판부는 신 회장이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과 관련한 업무상 배임,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의 딸에게 '공짜 급여'를 준 횡령 일부분만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매점 임대에 관해서도 형량이 높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이 아니라 형법의 업무상 배임을 적용했다. 매점을 직영으로 운영하지 않은 부분은 기업에 피해를 줬지만 이 과정에서 이득액이 구체적으로 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신 회장의 양형이유를 밝히면서 롯데시네마 매점의 배임 이후 피해구제에 노력했고 롯데지주를 출범시켜 그룹의 투명경영에 힘쓴 점을 참고했다고 덧붙였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공짜급여를 받은 부분에 관해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을 중심으로 동주·동빈 형제가 한일 롯데를 하나로 운영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보고 재판부는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신격호 총괄회장에겐 배임 일부와 횡령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과 벌금 35억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신 총괄회장이 만 95세의 고령인 점을 언급하며 법정 구속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형이유로 신 총괄회장이 그룹 임직원은 물론 경제계의 거목으로서 경영계의 거울이 돼야 할 위치에 있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롯데 계열사 자산을 사유재산처럼 처분했다고 지적했다.
함께 기소된 채정병 전 지원실장은 사장단 중 유일하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에 관해 배임 혐의가 인정됨에 따라 공범으로 기소된 채 실장도 실형을 선고받은 것. 다만 재판부는 채 실장에게 "오너 일가에 충성하면 성공한다는 그릇된 인식에서 출발해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채 실장이 직책에서 범행에 가담했고 신 총괄회장의 지시에 거절하기 힘든 상황이며, 범행을 통해 개인적 이익을 얻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신 총괄회장은 선고공판이 시작된지 6분이 지나 측근의 도움을 받으며 휠체어를 타고 입장했다. 이후 금방 퇴장했으며 재판 과정에서 입장과 퇴장을 서너번 반복했다. 재판장에서 선고 주문이 나온 뒤 신 총괄회장은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피고인석은 오너가 일원과 사장단이 두줄로 나눠져 있었으며, 오너가 일원은 재판 내내 앞쪽만 응시한 채 서로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뒤쪽에 위치한 사장단 피고인석에서는 황각규 사장과 소진세 사장이 개정 전 몇 마디 말을 나누기도 했다. 특히 소진세 사장과 강헌구 전 사장은 재판과정에 열심히 필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이번 판결을 두고 "롯데 비리 사건에서 유죄가 상당 부분 선고됐지만, 일부 범죄사실은 무죄가 선고됐다"며 "무죄 부분은 법리 등을 집중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신 회장이 이날 실형을 면하면서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롯데는 이미 지난 10월 롯데지주를 설립,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데다 상장시 거래소의 주요 평가항목인 경영투명성에서도 합격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재계는 향후 2년내 롯데 계열사의 지주사 편입 작업을 진행, 빠르면 2019년께 호텔롯데 상장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