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빗 파산되고 나서야…가상화폐 거래소 대책 '뒷북'
2017-12-22 07:16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사와 규제를 본격화한다. 그러나 '거래소 파산'이라는 실질적 피해가 발생한 다음에야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까지 가상화폐 거래소가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 신고 대상에 해당하는지, 거래소 약관 규정에 불공정한 내용이 있는지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 비티씨코리아닷컴(빗썸)과 코인원, 코빗 등 국내에서 운영 중인 가상화폐거래소 13개가 주요 대상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다음달 중 이용자확인 시스템이 차질없이 가동될 수 있도록 점검·조치할 계획이며,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내년 1월 '정보통신망법' 등을 어긴 거래소에 대해 과징금·과태료 처분 등을 할 방침이다.
이처럼 범정부차원에서 가상화폐 관련 단속 활동에 나섰지만, 금융 소비자들의 뒷맛은 씁쓸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고객정보 유출, 홈페이지 해킹, 서버 다운 등 각종 문제가 지속됐지만 금전적 피해가 발생된 지금에서야 후속대책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에 정부가 조사하는 대상 사업자는 총 10여개사에 불과하다. 현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100곳이 넘는다고만 알려졌을 뿐 정확한 숫자는 정부나 가상화폐업계도 모르는 실정이다. 빗썸과 코인원, 코빗, 업비트 등 주요 4개 거래소가 국내 가상화폐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맞지만 군소 거래소일수록 보안에 취약해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개인 혹은 법인이 통신판매업자로 신고만 하면 거래소를 설립할 수 있어 보안·안전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제대로 된 투자자 보호규정도 없어 피해가 발생하면 그 몫은 고스란히 고객들에게 돌아간다.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가상화폐 거래가 이뤄지는 거래소들이 정보보안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보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정부의 조치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