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신세계 주 35시간 근무제…‘임금깎기 꼼수’ VS ‘워라밸 경영’
2017-12-20 08:13
‘일과 삶 균형’ 파격 시도에 노동단체들 내부서도 이견
신세계그룹이 국내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키로 한 것을 두고 노동계 안팎에서 이견이 첨예하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경영’을 위한 파격 시도라는 긍정 여론이 있는 반면 비용을 줄이기 위한 ‘사측의 임금깎기 꼼수’라는 날선 우려가 혼재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는 19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주당 근로시간 단축은 최저임금 상승 추세에 맞서 소정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법”이라면서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실제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이마트 제1노조) 계산에 따르면, 월 소정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월 209시간이 되는데, 노동시간을 주 35시간으로 줄이면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회사는 노동자에게 월 209만원이 아니라 183만원만 주면 된다.
전수찬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장은 “사측이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넓히고 노동시간을 단축해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 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업무 강도가 세질 수 있다는 점도 노조 측의 또다른 우려다. 이마트의 경우, 근로시간이 단축시 오전조와 오후조가 함께 근무하는 동시근무시간도 1시간 줄고 업무 가중도가 커질 수 있다. 특히 동시 근로시간인 오후 4~6시는 사람이 몰리는 오후 7~9시를 준비하는 시간이라, 마트에서 가장 바쁜 시간대에 인력충원이 필수적이란 주장이 거세다.
마트산업노조는 “인력 충원이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허구”라면서 “사측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연 500억원 가량 인건비를 절감하게 되지만,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에 시달리게 된다”면서 인력 충원을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추가 고용 대신 이마트 등의 폐점시간을 밤 12시에서 1시간 당기기로 했다. 추가 고용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임금깎기 논란과 관련 “2020년 최저임금이 얼마가 될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섣불리 향후 임금을 예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근로시간을 줄여도 연장근무와 수당 지급은 기존처럼 지급돼 큰 틀에서 월급여가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기 위해 지난 2년간 임금 체계를 다양하게 시뮬레이션 했다”면서 “이마트 일부 노조 외에 대다수 신세계 임직원들은 이번 근로시간 단축으로 워라밸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