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동지(冬至)와 팥죽

2017-12-20 05:00
원주용 성균관대 초빙교수

동지는 '아세(亞歲)' 또는 ‘작은설’이라고도 하는데, 1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양력으로 동지가 음력 동짓달 초순에 들면 '애동지(兒冬至)', 중순에 들면 '중동지(中冬至)', 그믐 무렵에 들면 '노동지(老冬至)'라고 하는데, 오는 22일이 동지이며 음력으로 11월 5일이니 애동지이다.

이날 달력과 버선을 선물하는데,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관상감(觀象監)에서 새해의 달력을 만들어 대궐에 바치면, 대궐에서는 관원에게 나누어 주고, 관원들은 친지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것을 단오에 부채를 주고받는 풍속과 아울러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 하였다”라는 기록이 보이며, '성호사설(星湖僿說)'에는 동지하례(冬至賀禮)로 “지금 풍속에 새로 출가한 부인은 늘 동지가 되면 시부모에게 버선을 드린다”라고 하는 '동지헌말(冬至獻襪)'의 풍속이 있었다.

또 벽사(辟邪)도 행하는데, 동지부적(冬至符籍)이라 하여 ‘뱀 사(蛇)’자를 써서 거꾸로 붙여 잡귀(雜鬼)를 막기도 했으며, 팥의 붉은색이 양색(陽色)이므로 음귀(陰鬼)를 쫓는 데 효과가 있다고 믿어 팥죽을 만들어 사당에 올려 동지고사(冬至告祀)를 지내고, 집안의 여러 곳에 놓아두었다가 식은 다음에 식구들이 모여서 먹는다.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의하면 “공공씨(共工氏)에게 바보 아들이 있었는데, 동짓날에 죽어서 역질(疫疾) 귀신이 되었다. 생전에 팥을 두려워했으므로 동짓날 팥죽을 쑤어 물리친다”라고 하였다.

추운 동짓날 고마운 분들과 팥죽 한 그릇 먹으면서 잡귀를 몰아내고, 달력·양말 등을 선물하는 따뜻한 연말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