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유예(猶豫)와 모라토리엄(Moratorium)족

2017-12-13 05:00
원주용 성균관대 초빙교수

이익(李瀷·1681~1763)의 '성호사설(星湖僿說)'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유(猶)는 짐승인데 원숭이 종류요, 예(豫) 역시 짐승인데 코끼리 종류이다. 이 두 짐승은 앞으로 가거나 물러나는 데 의심이 많다. 산중에 사는데 갑자기 무슨 소리가 들리면 미리 나무에 올라가서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한 번만이 아니다. 그러므로 ‘결단하지 못하는 것’을 ‘유예’라고 말한다(不決者言猶豫, 불결자언유예)."

최근 대학에서는 '모라토리엄(Moratorium)족'이라는 신조어가 회자되고 있다. ‘채무상환기간에 외채가 많아 채무상환기간을 일시적으로 연기시킨다’는 뜻의 ‘모라토리엄’에서 따온 말인데, 휴학을 하거나 일부러 F학점을 맞아 사회 진출을 미루는 학생들을 일컫는다.
 
주희(朱熹)가 증무의(曾無疑)에게 답한 글에 “시간은 가고, 세월은 나를 위하여 기다려 주지 않는다(日月逝矣 歲不我與, 일월서의 세불아여). 뜻을 둔 대장부는 어찌 마땅히 한가롭고 평범하게 배회하고 머뭇거리며 그 몸을 늙게 할 것인가(丈夫有志者 豈當爲此悠悠泛泛 徘徊猶豫 以老其身乎, 장부유지자 기당위차유유범범 배회유예 이로기신호)”라고 하였다.

젊은 패기와 열정으로 세상을 개척해 나가야 할 젊은이들이 사회에 나오기를 유예하고 있다. 이는 물론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새해에는 흘러가는 세월 속에 배회하거나 머뭇거리지 않고 과감히 세상에 몸을 던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