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통합감독 급물살...삼성생명, 미래에셋 자기자본비율 반토막
2017-12-11 14:53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금융당국은 통합감독이야 말로 경제민주주의를 위한 ‘첫 단추’라고 칭하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금융사들은 ‘옥상옥’이라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0일 내년 도입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를 총괄하는 전담부서인 ‘금융그룹감독혁신단’을 신설했다.
혁신단은 ‘감독제도팀’과 ‘지배구조팀’으로 구성된다. 감독제도팀은 지배구조를 포함해 금융그룹 통합감독 정책을, 지배구조팀은 금융그룹 지배구조 투명성과 제도 개선을 담당한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지난 2013년 동양사태를 계기로 본격 논의됐다. 당시 동양그룹은 그룹 내 계열회사들의 경영 상태가 악화되자 동양증권을 통해 1조3000억 규모의 투자 부적격 회사채를 발행해 일반 투자자에게 불완전 판매하는 식으로 자금을 조달했었다.
지난 2000년 제정된 금융지주회사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 제기된 것도 한 요인이다. 미래에셋그룹이나 교보생명그룹만 봐도 그룹 내 금융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으나 금융지주회사가 설립돼 있지 않아 금융지주그룹에 부과하는 각종 규제에서 비켜 있었다. 재벌 등 대기업에 소속된 대형 보험회사나 증권회사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지난 2015년 대기업들의 반대에 밀려 도입이 무산됐다. 줄곧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다가, 문재인 정부가 ‘경제 민주주의’를 위한 첫걸음으로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들고 나오면서 서서히 실체를 갖추고 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의 핵심은 ‘통합재무건전성 비율’이란 건전성 관리 기준을 도입하는 것이다. 그룹의 자본 건전성을 파악할 때 금융 계열사 간 출자된 금액을 제하는 것이다. 출자를 제외한 실질 보유자본(적격자본)이 필요 자본과 같거나 많아야 한다. 계열사 간 출자가 이뤄지면 개별회사는 필요자본을 충족하더라도 금융그룹 전체로는 필요자본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 적격자본이 부족하면 금융사는 자본 확충에 나서거나 비금융계열사의 주식을 팔아야 한다.
문제는 감독 대상그룹을 어디까지로 할 건지다. 미래에셋·교보생명 등 금융모회사그룹 2곳, 삼성·한화·현대자동차·동부·롯데그룹 등 금산결합 금융그룹 5곳 등 총 7곳이 유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된다.
향후 감독 대상 그룹이 직면할 과제는 ‘자본 확충’이다. 자기자본비율을 개별 회사로 평가하지 않고 금융그룹 전체로 통합해서 판단하기 때문에 자기자본비율(RBC)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기영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이 개별 보험사의 2개년 사업보고서(2015년·2016년)를 바탕으로 한 분석에 따르면 금융그룹통합감독 국제기준 적용 시, 삼성생명의 RBC는 302.1%에서 110.1%로 추락한다. 삼성화재는 333.3%에서 170.3%로, 미래에셋생명은 221.0%에서 163.1%로 하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