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꿈 이룬’ 강욱순 “세계 최고의 아카데미 만들고 싶었죠”
2017-12-12 06:00
골프 사업가로 제2의 인생…선수 육성·대중화에 힘써
1998년 우연히 받은 한 미국 방송 기자의 질문이 강욱순의 인생을 바꿔 놨다. 그해 강욱순은 1996년에 이어 두 번째로 아시안 투어 상금왕에 올랐고, 후배 박세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에서 ‘맨발 투혼’의 감동을 선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 기자는 당연히 한국에 골프 아카데미가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질문을 생각하면 막막했고 답을 하지 못해 답답했다. 이 순간 강욱순은 또 다른 꿈을 꿨다.
그 꿈은 20여년 만에 이뤄졌다. 강욱순은 지난 3월 경기도 안산시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강욱순 골프아카데미 in 안산'을 열었다. 파3 9홀을 비롯해 실내골프연습장, 수영장, 헬스장 등이 있는 복합 체육시설이다. 10년 전 설계 때부터 강욱순 대표는 선수 시절 본인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들을 세심하게 챙겼다. 강 대표는 “선수 시절 수영을 통해 몸을 많이 풀었다”며 “실전 같은 연습이 필요하다. 파3 9홀은 세계의 어려운 코스를 축소해 놨다. 미국에 갔다 놔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수십년 간 고민했던 강 대표의 생각들은 한국 골프의 미래가 자라나는데 자양분이 되고 있다. 프로 시절 국내에서 12승, 해외에서 6승을 거뒀던 강 대표는 현재 6명의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회원 자격을 획득한 안지현, 박진하를 포함해 프로 선수는 3명이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제자들을 직접 레슨하고 나면, 회사 대표의 삶이 기다린다. 밀린 업무를 보느라 퇴근은 오후 9시, 오후 10시가 되기 일쑤다. 아카데미를 연 후 지금까지 쉬었던 날은 결혼기념일 단 하루였다. 강 대표는 “일하는 것이 즐겁고 보람차다”며 환하게 웃었다. 애주가인 그는 작년 3월 술도 끊었다.
골프 인생을 즐기며 사업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지만 승부사 기질은 여전하다. 지난 8월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시니어 투어인 챔피언스 투어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강 대표는 “2등을 해서 기사가 났는데, 내년에는 꼭 우승을 하겠다. 12월에 제자들과 뉴질랜드로 전지훈련을 떠난다”고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