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3040 ③ 끝] 우울증 방치하면 판단력도 흐려져…직장인 우울증 해법은?
2017-12-14 09:58
#IT기업 홍보대행사를 운영하는 김기섭씨(52). 경기가 나빠지고 고객사들이 망하면서 김씨의 회사까지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김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최근 건강까지 나빠지면서 기억력과 판단력도 흐려졌다.
매사 자신감이 넘쳤던 그는 어느새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의심하고 있다. 김씨는 “끝나지 않는 마라톤에서 홀로 전력 질주하고 있는 느낌”이라며 “몸이 쉬지 않고 풀가동되면서 24시간 흥분 상태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개념을 의학에 처음 도입해 1958년 노벨의학상을 받은 한스 셀리(H. selye)는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은 죽음뿐"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완전히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적절한 스트레스와 함께 생활하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잘 다스려야한다는 게 이 '스트레스 대가'의 조언이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긴장감을 유발시켜 업무 능력을 끌어올리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치명적이다. 특히 스트레스로 인한 직장인 우울증은 업무 능률과 직결된다.
김이수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직장인들이 직무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빠지면 업무 효율이 떨어져 기업, 나아가 국가에도 큰 손실을 가져온다”며 “심장질환을 앓는 직장인보다 우울증을 앓는 직장인들의 노동 손실률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우울증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우울증의 특징으로는 잦은 짜증과 무기력증, 냉소주의적인 태도, 비능률성 등이 꼽힌다.
김씨의 사례처럼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 하루 10시간 가까운 노동이 반복되면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집중력과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은 물론, 심할 경우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질병에도 쉽게 노출된다.
한양대학교 정신건강연구소는 “우울증은 흡연, 음주, 과식, 비만 등 건강위험행동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며 “만성적인 통증, 심혈관질환, 고혈압, 호흡기질환 등 적어도 하나 이상의 신체질환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울증을 극복해야 할까.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자기 관리가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좋은 수면 습관과 영양상태 유지, 운동·명상이나 글쓰기, 대인관계 개선 등을 통해 신체적·정신적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스트레스 유발 활동을 줄이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근무시간 외 부서원들 간 이메일 등 연락 금지’, ‘밤늦게 상사로부터 연락이 오더라도 곧바로 답장하지 않기’ 등의 원칙을 세워놓고 스트레스를 조금씩 줄여나가는 방식이다.
지속적인 자기계발을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고 학습기회를 제공해줄 멘토를 찾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2010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우울증 비약물적 치료지침에 따르면 ‘매일 30분 이상 걷기’, ‘독서치료’, ‘대인관계치료’ 등이 실제 우울증 해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가 더 이상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닌, 기업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직접 관리하는 국내외 기업도 늘고 있다.
메리어트호텔·존슨앤존슨·구글·IBM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미국 기업의 60%, 일본 기업의 40% 이상이 정기적인 그룹면담이나 설문조사 등을 통해 업무 스트레스 수준을 파악하고, 직원들의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예 근무환경 자체를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장미화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상담원 배치나 피트니스센터, 의료센터 등을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것은 부수적인 방법”이라며 “아예 직원의 스트레스 원인 자체를 제거하거나 스트레스와 같은 정서적 문제를 본인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도록 업무환경, 분위기 등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