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규제에 증권가도 불똥
2017-12-07 17:45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암호화폐 선물거래를 정부가 막는 바람에 증권가까지 불똥을 맞았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각각 오는 10일과 18일(현지시간)부터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한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이달 1일 비트코인 선물 상장을 승인했다. 비트코인이 금이나 원유처럼 정규시장에서 거래하는 투자자산군에 들어가는 셈이다.
당장 암호화폐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줄여줄 전망이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결제위험이 커 투자를 꺼리던 기관 투자자도 참여를 늘릴 것"이라며 "비트코인 적정가치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를 시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암호화폐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나왔다. 스웨덴에 상장한 '비트코인 트래커 원'이나 '비트코인 트래커 EUR'가 대표적이다.
미국 ARK자산운용이 내놓은 'ARK 웹'과 'ARK 이노베이션'도 자산 가운데 6~7%를 비트코인 관련 펀드에 투자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상화폐 거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금과 같은 역할이나 헤지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금융당국은 얼마 전 가상화폐를 파생상품 기초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증권사에 전달했다. 국내 증권사는 해외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중개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결국 이베스트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각각 오는 14, 15일로 잡았던 비트코인 선물 관련 세미나를 취소했다.
정부는 가치 적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비트코인을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보지 않는다. 최근 열린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 회의에서도 사행성 투기 거래와 범죄 악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생각이 다르다. 앞으로 비트코인 관련 상품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암호화폐가 경제·금융에서 차지하는 지위가 훨씬 커진다는 얘기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암호화폐를 제도권에 집어넣고 있다"며 "무작정 막을 것이 아니라 적정 규제를 통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정보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미 암호화폐 거래소를 등록제로 운영하고 있다. 비트코인 거래차익도 세금을 물린다. 일본 기업회계기준위원회는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회계규칙을 내놓기도 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비트코인은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동시에 거래하고, 이를 통해 국제적으로 가격이 정해진다"며 "가상화폐 시가총액이 300조원에 달하는 마당에 규제만으로 세계적인 흐름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