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문자' 눈감은 당국에 손실 눈덩이

2017-12-07 18:29

주가조작 세력이 무더기로 문자를 보내 일반 투자자에 큰 손실을 주는데도 금융당국은 눈감고 있다. 반년째 이런 문자가 기승을 부려왔지만 뾰족한 대책은 아직 없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인 A사를 집중 매수하라는 내용을 담은 휴대전화 문자가 얼마 전부터 불특정 다수에게 전송되고 있다. 전날 문자에는 대규모 투자 공시가 나올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문자 전송자는 11월에도 대규모 투자로 합자사를 세운다면서 이 회사 주식을 사라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뿌렸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는 지금까지 일치하는 공시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개인 투자자뿐이다. 문자 배포를 전후로 큰손인 외국인이 주식을 팔아치우고, 개인은 사들이는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대규모 투자 공시를 내놓는다던 전날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이 A사 주식을 약 8만주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8만5000주가량 샀다. 이러는 과정에서 주가가 2% 넘게 빠졌고, 시총은 1507억원에서 1476억원으로 31억원(-2.06%) 감소했다.

이달 4일에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외국인이 약 2만8000주를 순매도하자 개인은 비슷한 규모로 사들였다. 당시 주가는 5% 넘게 떨어졌다.

사나흘이 멀다 하고 이런 행태는 반복돼왔다. 이 회사 주가는 최근 20일 사이 약 24% 하락했다. 그런데도 같은 달 거래량은 올해 월간 기준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11월 거래량은 약 4376만주로 1~10월 평균치인 830만주보다 5배 이상 많았다.

문자가 본격적으로 뿌려지기 시작한 때는 올해 5월이다. 당시 '부자아빠'나 '신부자아빠', '리치클럽'이라는 이름으로 특정 종목을 매집하라는 문자가 대규모로 살포됐고, 지금까지 꼬리를 물고 있다.

그러나 당국이 이런 문자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다. 당국이 불공정거래와 관련돼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지만, 처벌을 받은 사례는 아직 없다.

현재로서는 투자자가 스스로 이런 종목을 피하는 방법뿐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문자가 언급하는 종목은 차트(수급) 상으로 좋아 보일 수 있다"며 "그렇다고 섣불리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보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작전세력이 끼어들어 차트 상 유동성 지표를 일시적으로 보기 좋게 꾸민다는 것이다.

한 전업투자자는 "휴대전화 문자를 이용한다는 점만 다를 뿐 과거 작전세력과 비슷하다"며 "일반 투자자를 현혹해 매수를 부추기고 주가가 오르면 어김없이 팔아치우는, 즉 치고 빠지는 식으로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