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길 차기 생보협회장, 위기를 기회로 만든 '개척자'

2017-11-30 19:00
국내 최초 온라인보험 판매

[사진=KB생명보험]


'누구도 걷지 않은 길을 달려온 보험전문가'

차기 생명보험협회장으로 내정된 신용길 KB생명 사장에 대한 금융권의 평가다. 신 사장은 30일 열린 생보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협회장으로 추천됐다.

신 사장의 과거사를 살펴보면 사회생활 첫발에서부터 도전 정신이 묻어난다. 대학 졸업과 함께 당시 국내 대형 해운사에 입사해 4년 동안 재직했다. 그러나 1984년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 유학을 선택했다. 재무를 제대로 배워보자는 일념으로 바다 건너 도전을 선택한 것이다.

신 사장이 보험업계와 인연을 맺은 것도 이러한 행보와 맞닿아 있다. 신 사장이 미국에서 공부를 마쳤던 1992년 당시 흔치 않았던 재무전공자를 찾고 있던 교보생명과 인연이 닿았던 것이다. 이후 신 사장은 교보생명에서 기획·투자 등은 물론 영업 현장까지 섭렵하면서 보험전문가로 성장하게 된다.

보험업계와 인연을 맺은 지 10년 만에 신 사장은 다시 한 번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된다. 2002년 국내 최초의 온라인 자동차보험 전업사인 교보자동차보험(현 악사손해보험)의 CEO를 맡게 된 것이다. 그때까지 자동차보험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은 누구도 해보지 않았던 일이었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실패를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신 사장은 임기 동안 원수보험료를 매년 30% 이상 늘리는 등 교보자동차보험의 기틀을 세우는데 성공했다. 이후 교보생명으로 돌아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CEO를 맡아 교보생명의 수익성 강화를 이끌었다.

KB생명에서도 신 사장의 도전 정신과 보험 전문가로서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다. 신 사장이 부임하기 직전 KB생명은 계열사 KB카드의 고객정보 유출 사건의 영향으로 덩달아 영업조직이 타격을 입었다. 2014년 한 해 동안 KB생명의 설계사 수는 64.61% 줄었다. 그야말로 영업조직이 뿌리째 흔들린 셈이다.

그러나 신 사장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 설계사가 급감한 위기를 정예화된 설계사를 육성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했다. 다른 보험사의 설계사를 데려오는 손쉬운 충원 방식을 거부하고 신입 설계사를 채용·교육해 영업 채널의 질적 향상을 꾀했다.

그 결과 신 사장의 재임 전 대비 설계사 채널의 불완전판매비율이나 계약해지율이 대폭 줄었다. 또 재임 기간 동안 설계사 숫자도 두 배 가까이 늘려 이전의 위상을 되찾는데 성공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신용길 사장은 그야말로 보험업계의 역사와 함께 한 산 증인"이라며 "안전한 길을 걷기보다는 도전 속에서 나름의 길을 만들어온 인물"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