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호칼럼]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갯빛 얼룩말 찾기, UN주최 세계대회와 한국팀의 대응
2017-11-28 20:00
[박장호칼럼]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갯빛 얼룩말 찾기, UN주최 세계대회와 한국팀의 대응
지구 전체에 무지갯빛 털을 가진 단 한 마리의 얼룩말이 있다고 한다. 자연상태의 보통 얼룩말 무리에서 뭔지 모를 돌연변이로 태어났다고 하는데, 미학적으로도 대단하지만 인류에게 꼭 필요한 생물학적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유엔의 수뇌부가 이 얼룩말을 한시라도 빨리 찾아내기 위해 세계대회를 열었다.
이 공고가 뉴스와 외교전문을 타고 각국의 정부수반에 알려지자마자 세계 각국은 특별팀을 꾸려 무지갯빛 얼룩말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먼저 영국은 세계지도를 펼친다. 대영제국의 어디에 이런 말이 살고 있을까? 지도를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한다. ‘종의 기원’을 비롯하여 다윈이 남긴 생물학적 자료를 다시 한번 리뷰하는 팀 외에 왕립협회의 자연과학자들이 자문역으로 경험과 머리를 보탠다. 캐나다, 호주 등 영연방국가에 긴급전문이 날아가고 인도를 비롯하여 과거 식민지 국가에도 협조를 구하기 시작한다.
미국은 백악관에 지휘부를 구성하고 드림팀을 꾸린다. 얼룩말 찾기대회의 우승은 새로운 생물종을 발견하여 바이오 정보를 획득하는 경제적 가치와 그것이 인류의 질병치료로 이어진다는 인도주의적 가치,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반드시 미국이 발견하여 세계경찰국가(World Police Country)라는 것을 유엔 회원국에 인식시켜야 향후 미국의 세계운영전략에 유리하다는 공감대를 지도자그룹에서 형성한다. 그리고 가용자원을 활용하기 시작하여 우주에 떠 있는 군사위성과 상업위성까지 다 동원하여 지구 전체를 찍어낸다. 자료분석에는 미 항공우주국(NASA)까지 합세, 인공지능(AI)을 이용하여 샅샅이 살펴본다. CIA는 세계 각국의 지부를 비상가동하기 시작한다. 평소 구축해놨던 휴민트 조직을 동원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통신 감청도 시작하고 유사시 특수공작을 감안한 플랜 B도 수립한다.
중국도 움직인다. 중국이 보유한 인공위성과 우주선을 활용하여 위성사진을 분석하기 시작하고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을 동원하여 히말라야와 고비사막을 샅샅이 뒤져본다. 중국 지도부는 마지막으로 화교벨트를 가동한다. 세계 각국의 화교들, 아프리카 오지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화교에게까지 긴급지령을 보내 주요 단서나 정보를 중앙에서 수집하기 시작한다. 중국정부는 이런 모든 정보의 전달 시 미국이나 영국의 도청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인이 창업한 야후(yahoo)만 쓰고 만다린으로만 통신한다.
프랑스도 경쟁에 뛰어든다. 프렌치들은 유엔 공고 후 다음날 늦은 아침에 모인다. 먼저 엊저녁에 마신 포도주와 파티에 관한 얘기를 하고, 어차피 이 게임에서 프랑스가 우승할 것이니 먼저 샴페인부터 들자고 제안하여 당일 저녁 파티장소와 와인을 고르고 파티복을 어떻게 할지 드레스 코드를 정하는 회의가 온갖 가십에 대한 수다로 이어진다.
아시아 맹주라 자처했던 일본도 이 대회에 뛰어든다. 한때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던 국가답게 인적·물적 정보망을 동원하여 각국 움직임을 살펴보고 총리 산하 내각조사실에서 판단을 내린다. 미국이나 중국보다 빨리 발견할 가능성이 없다. 가미카제도 안 통하는 시대다. 그런데 유엔 공고문의 허점을 외무성 관료가 발견해낸다. 얼룩말을 하나 구한 뒤 빨주노초파남보 빛 특수안료를 만들어내고 털을 하나씩 하나씩 이식하는 작업을 하기 시작한다. 일본이 보유한 바이오 기술을 동원하고 노벨화학상 수상자들이 가세한다.
갑론을박 끝에 총리가 위원장인 '얼룩말 찾기 범정부 민·관합동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이 난다. 민간위원에 누구를 뽑을 것인가, 민간위원장의 위상은 장관급이냐 총리급이냐를 가지고 논쟁이 붙기 시작한다. 여당 추천, 야당 몫, 노동계 T/O, 여성 할당과 지역 안배를 감안한 위원회 구성 후보안이 겨우 마련된다. 이 와중에 누군가 또 아이디어를 낸다. 전체위원회와는 별도로 실무위원회가 있어야 일이 신속하게 돌아가니 실무위원회와 분과위원회를 만들자는 의견이 채택된다. 총무위원회, 1분과위, 2분과위를 만들고 국회와 언론담당 대외위원회를 만든다. 그리고 위원과 위원장 후보를 언론에 슬쩍 흘려 간접적으로 반응을 떠본다. 전문성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데 3박4일이 지나간다. 비방과 질시가 난무하다가 안 되겠다 싶어 다 같이 폭탄주로 단합을 도모하는 회식부터 하기로 결정한다. 회식장소와 위원들 간의 의전서열을 감안한 좌석배치 같은 것들을 검토하던 중에 유엔에서 우승국을 발표하는 것을 CNN을 통해 듣는다. 이후에 언론과 SNS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누가 잘못했는지에 대해 특집보도로 광풍이 불고 지나간다.
정부의 정책결정이 개인이나 기업의 의사결정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정책결정은 이슈에 대한 현황과 원인을 분석한 후 가능한 대안을 선별하고 각각의 장단점을 따져본 후 최적안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이를 정책학에서는 합리모형에 따른 의사결정이라 한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결정된다면 이는 만족모형이고, 가장 황당한 것은 주먹구구식 또는 감에 의한 결정이다. 감이 엉뚱한 경우 국가적 재앙이 생길 수도 있다. 신정부 출범 후 언론을 장식한 원자력발전을 하느냐 마느냐에 관한 정책결정을 볼 때 우리나라가 과연 GDP 세계 13위에 걸맞은 나라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원자력 발전에 관해서는 이미 '원자력안전법'에 원자력위원회에서 원전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검토하고 원자력발전 여부를 결정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법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제정한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원자력 공론화위원회라는 것이 등장하고 시민참여단이라는 것이 나타나더니, 찬성과 반대로 여론이 나뉘어져 나라가 한동안 시끄러웠었다. 그러다가 시민참여단이 원자력을 잘 모르니 원자력 관련 공부를 시킨 후 투표로 탈원전 관련 결정을 하는 선례를 남겼다. 그 결정마저 국가의 장기적 전체 에너지정책에 부합된 원자력종합계획이 아니라 원자력 5·6호기에 단발성으로 적용되는 것이라 한다. 국가에너지 대책과 관련된 원자력정책은 참으로 중요한 것인데, 이런 식으로 의사결정해야 하는 것인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해야 할 중차대한 결정들이 앞으로도 많다. 이런 정책들도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갯빛 얼룩말찾기, 범정부 민·관합동위원회'를 구성해서 결정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