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홍창의칼럼] 강릉 KTX 누구를 위한 교통수단인가?

2017-11-26 20:00


[기고-홍창의칼럼]

 

                                        [사진=홍창의 가톨릭관동대교수]




강릉 KTX 누구를 위한 교통수단인가?

서울에서 강릉까지 가는 경강선 KTX의 개통일이 아직도 깜깜무소식이다. 성공적인 시운전에 이어 운행 시간표와 운임이 확정이 되었는데도 말이다. 해당 구간을 애타게 기다리는 철도 이용자들의 불만은 날로 커지고 있다. 12월 15일 이후 개통이 유력하다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 왜 개통일을 미루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개통이 코앞인데, 예매도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한 달 전부터 열차 승차권 예매를 진행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또한, KTX 월정기권은 최대 50%까지 할인되기에, 통근이나 통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 잠재고객들은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태에서 12월 월정기권은 무의미해지고 내년 1월부터나 가능할 것이다.
그간 벌어진 원주-강릉 간 철도의 추진상황을 살펴보면, 길고 긴 대장정이었다. 사실 1990년대 중반에 이미 원주-강릉 간 철도개설은 결정 난 사항이었다. 1997년에 횡성-강릉 간 노반기본 설계가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정부의 지지부진 속에 다급해진 강원도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연계전략을 이어갔다. 그런데 바로 그 때문에 2010년 동계올림픽 후보지 경쟁이 시작된 2000년 초부터 원주-강릉 간 철도는 미궁을 걷게 된다.
2014년 동계올림픽 후보 경쟁 때도 마찬가지였다. 2007년 7월, 러시아의 ‘소치’로 결정되면서 중앙정부의 철도 얘기는 없던 일로 되어 버렸다. 3수 끝에 다행히도 2018년 동계올림픽이 평창으로 결정되면서, 철도의 건설이 확정되었다. 그러나 첩첩산중이었다. 예산절감을 이유로 갑자기 단선으로 선회했고, 심지어 민자사업 얘기도 나왔었다. 강릉역을 선정하는 데도 많은 문제가 있었고, 그 와중에 쓸데없이 남대천을 건너갔다가 다시 건너오는 해프닝을 벌이고 지하화 문제로 속을 썩이기도 했다. 이 와중에 개최장소인 횡계의 알펜시아 역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이제 복선전철로 KTX가 완성된다는 자체가 모든 허물을 덮을 수 있는 데, 또 다시 개통일이 늦어진다니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다. 원주-강릉 간 철도 이야기가 처음 시작되어 기대를 가진 지 30년이 지났는데, 보름을 더 못 참느냐하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교통안전을 더 점검하기 위해 개통일을 연기하는 것과 언제 개통하는 지 밝히지도 못하는 것과는 차이가 대단히 크다고 본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2018년 2월 9일부터 2월 25일 까지 개최되기에, 일부 선수단은 현지 적응을 위해 1월 초부터 속속 입국할 것이다. 12월 중순 이후에 개통하여 내년 1월에 손님을 맞이하기에는 준비기간이 너무 짧고 더구나 내년 2월 15일부터 18일까지는 설 명절과 올림픽 대회기간이 겹친다. 대회 관람객은 물론이고 귀성객에 대한 특별 수송대책이 필요한 대목이다. 원주-강릉 철도가 이렇게 늑장 개통되면, 명절과 올림픽이라는 2중의 이벤트 수요를 실제 영업 경험이 일천한 상태에서 당하게 되는 부담이 발생한다.
원주-강릉 철도가 개통되면, 기존의 고속도로와는 또 다른 차원의 교통변화가 올 것이다. 도로상의 노선 선택이라는 단순한 선택지가 아닌, 자동차라는 교통수단을 선택할지, 고속열차라는 교통수단을 선택할 지에 관한 조금은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선택의 즐거운 고민이 발생한다. 고속도로 초기 개통효과보다 고속철도 개통 효과가 더 강력할 수가 있다. 교통수요의 집중과 쏠림현상의 충격파를 흡수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늑장 개통이 비판을 받는 것이다.
기술적인 준비를 모두 마치고도 혹시 ‘문재인 대통령’ 등 고위층의 참석 여부가 정해지지 않아 개통식을 미루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하루 평균 약 2만명이 이용할 고속철도가 자칫 20일 넘게 ‘개점휴업’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만약 대통령이 강릉 KTX를 타고 개통식을 하면서 평창올림픽 붐을 일으킨다는 전근대적 사고에 사로잡혀 일정 조율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라면, 소탐대실이라 본다.
사실 10월 말에 강릉 KTX의 기술적 시운전은 이미 끝났다. 11월 달 영업 시운전도 단기간이면 끝날 것을 한 달을 끌더니, 11월 30일에 서울-강릉 KTX의 영업 시운전을 마치고도 당초 개통 목표일이던 12월 1일이 무산된 건 코미디 같은 일이다. 시운전이 종료되면 철도를 운영하기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무엇 때문에 뜸을 들이는가? 개통식에 누가 오는 지가 뭐가 그리 중요한가?
대한민국은 누구를 위한 국가인가? 국민이 우선이어야 한다. 국민은 12월 1일 강릉 KTX를 타고 싶다. 그런데, 만일 개통식 행사에 참석하는 귀빈 일정 때문에 20일 넘게 뒤로 개통이 미뤄진다면, 과연 국민을 위한 국가라 말할 수 있겠는가? 예정된 개통 일에 대통령이 참석하기 어렵다면, 국무총리가 오면 되고, 국무총리도 안 된다면, 부총리가 오면 되고 그도 안 된다면, 국토부 장관이 오면 될 것이다.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개통식에 누가 올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 하루 빨리 개통을 하여 국민의 이동편의를 증진 시키는 게 더 급한 일이 아닐까 싶다. 개통이 20일 늦추어지면, 20만여 명의 승객의 통행권이 박탈되는 것이다.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빠른 교통수단과 여객시설을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20만 명의 국민 이동권보다 개통식 순간의 화려함을 위해 미뤄지는 강릉 KTX를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제야 말로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을 버리고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는 소탈하고 형편에 맞는 실용적인 국가가 되었으면 한다.

(※ 위 글은 필자 개인의 견해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