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를 겨냥, 대외경제협력의 속도를 높이는 문재인 정부가 주변국과 비교해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진다.

신북방정책을 추진하면서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일본 등의 국가와 함께 '경쟁과 협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게 재계과 학계의 일관된 목소리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국빈방문한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지난 23일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 공화국 간 전략적 동반자관계의 포괄적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하며 경제협력에 대한 다양한 비전을 공유키로 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지난 9월 문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에서 밝힌 ‘신북방정책’의 중요 거점국가여서 중앙아시아로 향하는 정부의 추가적인 관계망 구축에도 기대가 모인다.

중앙아시아를 거점으로 한 정부의 신북방정책의 성과는 주변국과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지 여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이 지역 국가들은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의존도가 높다보니, 한국 등 타 국가와의 관계를 개선해 경제협력 등에 나서게 될 경우, 강대국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일본도 중앙아시아 국가의 중·러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국가에 포함된다.

일본은 ‘인도-태평양’구상을 통해 중앙아시아는 물론, 인도·유럽까지 협력구도를 확대하려 하고 있는 만큼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중앙아시아의 경우, 한국의 한류 열풍을 비롯해 단기간 산업발전 등의 경험에 관심을 갖는 만큼 한국만의 경쟁적인 요소를 충분히 발휘해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26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 씨티 호텔에서 열린 '2017 여시재 포럼'에서 "나비 프로젝트는 북동항로와 유라시아 대륙을 오른쪽 날개로, 북서항로와 아메리카 대륙을 왼쪽 날개로 하는 물류 네트워크의 활성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국가가 유라시아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일본과 미국처럼 한국도 '신북방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앙아시아 등 신북방정책 추진에 원동력을 얻을 수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역시 빠뜨릴 수 없는 과제로 꼽힌다.

일본만 해도 아베 신조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주기적으로 회담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대(對)러 관계에서 우리정부와는 차별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 역시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정상회담과 함께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도 마련해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실질적인 협력체계 구축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27일 러시아 발다이 클럽(Valdai Discussion Club)과 공동으로 여는 ‘발다이클럽 아시아지역 콘퍼런스’에도 시선이 모인다.

발다이클럽은 푸틴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로 '러시아의 다보스포럼’이라는 명성을 지닌 회의체다.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 러시아 정치·경제적 협력을 위한 실제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북방관계 전문가들은 중앙아시아를 공략하는 과정에서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과의 협력 역시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이미 옛 실크로드를 구현하며 유럽까지 연결되는 일대일로 사업에서 중앙아시아 역시 중국의 공략 대상이기 때문이다.

중앙아시아 국가와의 독자적인 협력 관계 이외에도 중국과 협력은 물론, 우리 정부가 경제적인 실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박정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팀장은 “중앙아시아는 천연자원 산업 등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많고, 그들은 우리의 발전경험과 발달된 기술산업에 대해 시선을 두고 있다”며 “일본과 경쟁은 불가피하며 중국·러시아도 경쟁하면서도 협력해야 하는 국가인 만큼, 다양한 대외관계 측면의 구도 등을 따져 우리만의 경쟁력을 키워가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