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亞 순방 두고 트럼프 "대성공" vs 전문가 "美 구심력 잃었다"

2017-11-15 14:56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영상. [사진=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이하 현지시간) 열흘간의 아시아 순방을 마치면서 트위터에 영상을 게재했다. 슬로 모션에 트랜스 음악이 깔린 이 영상은 아시아 순방의 성공을 기념하는 듯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순방에서 역내 미국의 구심력이 약화된 것이 확인됐다면서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트럼프 "어마어마하게 성공적"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첫 아시아 순방을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AP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귀국길에 오르기 직전 기자들에게 아시아 순방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았던 12일이었다. 최고위급 친구들을 여럿 사귀었다"면서 "3000억 달러(약 335조 원) 규모의 거래가 체결됐다"고 강조했다. 3000억 달러의 근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사진=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트위터를 통해서도 "아시아 순방 후 우리와 무역하는 모든 나라들은 규칙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국은 공정하고 호혜적인 방식으로 대우를 받아야 한다. 거대한 무역 적자는 빨리 줄어야 한다!"고 적었다. 

그는 15일이나 16일에 아시아 순방 성과 및 북한과 관련한 중대한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무역과 관련해서는 중대한 양자 협정이나 관세 부과 등의 내용은 없을 것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예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모습을 담은 45초짜리 동영상도 트위터에 올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영상이 정치인들의 전통적인 순방 영상과는 사뭇 다른 형식이라면서 제작자가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취향임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베트남 전통모자 넝라를 쓴 여성이 자전거를 타는 영상이 뒤로 감기는 모습으로 시작하는 이 영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걷고 손을 흔들고 악수를 하는 장면에서 슬로 모션 효과를 주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면서 의장대가 사열하고, 아시아 시민들이 성조기를 흔들고, 군인들이 박수를 치고, 공항에 레드카펫을 까는 장면들이 삽입되면서 트럼프가 아시아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전문가 “미국 영향력 위축···구체적 성과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과 무역 두 가지 어젠다를 가지고 순방길에 올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안보와 경제를 모두 주도함으로써 역내 미국의 영향력을 재확인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전략이 부족했고 미국우선주의에 갇힌 나머지 중국이 부각되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요약하자면 미국인에게 중요한 이슈에서 그 무엇도 가시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 최대 승자는 중국”이라고 혹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순방 내내 북한에 대한 최고 수준의 압박을 강조하면서 공동의 행동을 촉구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기존의 대북제재 이행 약속을 재확인했을 뿐 새로운 대북 압박 조치를 약속하지 않았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손발을 묶는 다자무역 협정을 거부한다”면서 미국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는 국가들과 양자 무역협정을 맺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는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중국의 추가 개방을 약속하면서 다자 무역협정의 수호자를 자처했고, 일본·캐나다 등 11개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을 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추진에 합의했다.

이와 관련,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은 21세기를 규정할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을 변변치 못한 존재로 떨어뜨리고 미국 기업들이 자력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게 만들 것"이라며 "일회적인 선심성 협상이나 양자 협정은 다자협정 불참에 따른 손실을 상쇄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동맹을 홀로 중국이라는 거대 경제와 경쟁하도록 내버려둠으로써 전략적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 정치 전문가인 리처드 자바드 헤이다리안 역시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 기간 미국이 아시아에서 수십년간 유지했던 헤게모니의 급격한 쇠퇴가 명백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우선주의에 빠져서 미국이 세웠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공격하고 동맹들을 동요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러시아 스캔들, 정책 불확실성, 총기난사 등을 거론하며 "대내적 위기에 처한 트럼프의 눈길은 순방 기간 내내 미국 지지층을 향해 있었다"고 밝힌 뒤 자유주의 이념과 국제적 질서보다 수치로 즉각 나타날 수 있는 무역 성과에 집착한 것은 정권 운영의 조바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