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대국 중국의 '스모그 경제'

2017-11-17 06:00
소비 트렌드 '抗오염'으로 변화
항오염 소비재 상품, 공기청정기·마스크·판매량 급증에 스모그 예방 화장품·생수도 불티
항오염 서비스 상품, 스모그 탈출 패키지 여행 늘고 배달음식 O2O 서비스도 성업

중국의 환경오염이 중국인들의 소비 트렌드를 ‘항(抗)오염’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항오염 소비’는 소비자가 환경오염 피해를 막기 위해 제품 구매과정에서부터 안전 및 친환경 특성을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공기정화기와 산소캔 등 항오염 친환경 제품들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항오염 소비는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뉜다. 하나는 공기청정기와 마스크, 스모그 예방 화장품과 식품 등 소비재 상품을 말하고, 다른 하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이어주는 ‘O2O 서비스’와 ‘스모그 탈출 여행’ 등 서비스 상품을 말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환경오염 개선을 집권 2기 핵심 정책의 하나로 채택하며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지만 목표에 도달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자구책의 일환으로 항오염 소비를 추구하고 있다. 이제 항오염 소비 트렌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스모그 경제(霧霾經濟)’라는 표현까지 생겼다. 스모그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철강 등 대기오염 유발 산업을 규제하고 스모그 방지 제품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나타난 경제현상을 의미한다.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가 최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모그 때문에 별 일 없으면 아예 외출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52.6%로 나타나 대기오염에 대한 일반인들의 심각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응답자 중 40.6%가 ‘집에 공기청정기가 있다’고, 39.8%는 ‘구매 계획 중’이라고 답했으며 ‘구매할 생각이 없다’는 응답자는 19.5%에 그쳤다. 스모그 대책으로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응답이 71.1%였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8.9%였다. 공기청정기와 마스크는 이제 ‘생활필수품’이 됐다.

실제로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스모그가 심해지면 급증한다. 현지 가전시장조사기관 중이캉(中怡康)에 따르면 중국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2013년 376만 대에서 지난해 574만 대로 52.6% 늘었으며, 매출액은 2013년 88억 위안으로부터 지난해 141억 위안으로 60.2%가 늘었다.
중국 소비자들은 필립스, 블루에어 등 외국산 공기청정기를 선호하지만, 최근 토종 브랜드 시장점유율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징둥닷컴에 따르면 토종 브랜드 시장점유율은 온·오프라인에서 각각 50%, 4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가정용 공기청정기뿐만 아니라 차량용 공기청정기도 ‘스모그 경제’의 수혜품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마스크도 공기청정기처럼 스모그가 심할수록 더 각광받는다. ‘알리건강보고서’에 따르면 레드(최고) 경보기간 마스크 판매량이 맑은 날의 마스크 판매량보다 9.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렌지(중간) 경보 발령기간 판매량보다도 3배가 넘는 수치다. 중국방직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중국 마스크 수요량은 연간 8억개에 달한다.

대기오염 악화로 아동 호흡기질환이 급증하면서 아동용 방진마스크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안전성과 기능성을 갖춘 마스크팩 시장도 연간 30% 이상 커지는 등 급성장하고 있으며, 자외선차단제도 피부 관리의 출발점으로 인식되며 필수화장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항(抗)스모그 화장품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스모그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싶은 욕구를 제대로 저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읽은 일본 화장품 브랜드 이하다(IHADA·시셰이도 계열)에서 출시한 ‘항 PM 2.5 미스트’가 대표적인 경우다.

스모그는 중국인의 식품 소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관지와 기침 등에 좋은 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폐 건강과 기관지에 좋은 추리가오(秋梨膏, 배로 만든 음식), 은이(銀耳)버섯, 반대해(胖大海) 등의 식품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프리미엄 생수시장도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건강과 위생에 대한 염려로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생수를 찾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연간 50%의 성장률을 보일 정도다.

‘항(抗)오염 소비 트렌드’ 변화는 공기청정기와 마스크, 화장품, 식품 등 소비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비스 분야로도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관광과 O2O 서비스 분야다.

관광 분야의 특징은 베이징(北京) 등 오염이 심한 도시로부터의 탈출이다. 실제로 중국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攜程)이 베이징 시민을 위해 선보인 ‘스모그에서 탈출’이라는 패키지 여행상품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겨울에는 관광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20% 증가하기도 했다. 중국 관광당국인 국가여유국은 스모그의 피해가 심한 지역 사람들이 공기가 맑은 지역을 찾아 대거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O2O 서비스업도 스모그 수혜 분야다. 공기가 안 좋으면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배달음식 주문량도 급증한다. 중국의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1위 업체인 어러머(餓了麼)에 따르면 스모그 오렌지 경보 또는 레드 경보일의 경우 주문량이 30% 가까이 급증한다.

중국은 신에너지 자동차 분야 생산량과 판매량 세계 1위 국가다. 올해로 9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신에너지 자동차 2811만9000대, 판매량은 2802만8000대로 전년대비 각각 14.5%, 13.7% 성장했다.

전기 오토바이와 전기 자전거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데다 공유경제의 바람 영향이다. 2016년 보유량은 약 2억8000만 대로, 중국 총 인구의 20% 정도가 전기 오토바이나 전기 자전거를 소유하고 있다. 중국의 전기 오토바이 소비량은 전 세계 90%를 차지한다. 노인인구 및 자전거 출근족의 증가로 사용 연령층이 확대되고 있다.

이밖에도 산소를 담은 ‘산소캔’과 공기정화식물, 천연화장품 DIY(Do It Yourself) 등 많은 분야에서 뚜렷한 항오염 소비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 항오염 친환경 소비문화는 이제 도도히 흐르는 대하(大河)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