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로 넘어간 '어장홍'
2017-11-13 19:29
범야권, 임명동의안-예산안 연계 압박…청문보고서 채택 무산
文대통령 귀국 후 임명 강행 땐 연말정국 강대강 구도 격화될 듯
文대통령 귀국 후 임명 강행 땐 연말정국 강대강 구도 격화될 듯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의 마지막 퍼즐인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기로에 섰다. 정의당을 제외한 범야권의 자진 사퇴 및 임명 반대 당론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홍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연말 정국이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홍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와 새해 예산안 처리의 연계를 천명하며 대여 압박에 나섰다. 청와대의 임명 강행 여부에 따라 연말 정국의 두 축인 문재인 정부 첫 예산안과 개혁 입법안이 줄줄이 좌초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아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15일 홍 후보자 임명 강행을 둘러싼 논란은 또 한 번 정국을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해외 순방 중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측근의 금품 수수 의혹 등 내치 악재가 일파만파로 확산돼, 귀국 후 결단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 오전 11시 전체회의→같은 날 오후 3시로 연기→재차 지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업위)는 이날 온종일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만큼 홍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둘러싼 정국 방정식이 복잡하다는 의미다.
애초 국회 산업위는 이날 오전 11시 전체회의를 열고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나서기로 했다. 첫발부터 진통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호남 맹주 경쟁을 하는 국민의당이 같은 날 오전 10시 의원총회에서 홍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을 당론으로 정하면서도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는 당 상임위 소속 의원 5명의 판단에 맡기기로 결정해서다. 국민의당이 홍 후보자 임명동의 문제를 명확하게 결론짓지 못하면서 산업위 여야 간사 회동은 지연됐다.
유승민호(號)가 출범한 바른정당은 “홍 후보자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완결판”이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한때 반대 기류가 강했던 정의당만이 이날 임시의총에서 “홍 후보자를 임명한 문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데스노트’(death note)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與, 예상 밖 반대 여론에 당혹···靑만 바라보나
여당인 민주당의 입장은 확고하다. 홍 후보자가 중소기업 보호에 최적화된 인사인 데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의 마지막 퍼즐인 만큼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인사청문회를 통해 홍 후보자의 역량과 자질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홍 후보자 임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예상보다 커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날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CBS 의뢰로 지난 10일 하루 동안 전국 성인 남녀 5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홍 후보자 임명 찬성(42.0%)과 반대(37.7%) 여론이 팽팽했다. 찬반 여론이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4.3%포인트) 내에서 맞선 셈이다. 그간 야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 여론상 찬성이 압도적이었던 것과 상이한 결과다. ‘잘 모름’은 20.3%였다.
공은 청와대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는 이날로 출범 188일째를 맞았다. 국민의정부의 최장 내각 구성 기록 174일을 보름가량 넘었다. 홍 후보자 낙마 땐 대통령 리더십마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권이 예산안 및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국회 표결 등을 고리로 대여 압박에 나섬에 따라 문 대통령이 귀국하는 15일부터 여야 간 ‘강대강’ 구도는 한층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을 향해 “오기 정치를 하게 되면, 예산국회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임명동의안을 제출한 날부터 20일 이내 보고서 채택을 마쳐야 한다. 이를 넘기면 대통령은 그다음 날부터 10일 이내 기간을 정해 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한다. 이후에도 국회가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