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유럽 전역 동반성장..올해 10년래 최고 성장률 전망
2017-11-15 03:00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후 스페인, 그리스 등 주변국들의 재정·부채위기까지 시달리면서 휘청거리던 유럽 경제가 마침내 궤도를 찾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공격적인 통화부양책과 미국이 주도한 글로벌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브렉시트(영국의 유로존 탈퇴)와 카탈루냐 분리독립 갈등과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극복하면서 중심국 주변국 할 것 없이 고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9일(현지시간) 19개국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2.2%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5월 전망치인 1.7%에서 상향한 것이자, 지난 9월 ECB가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와 일치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유로존의 올해 성장률은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또한 EC는 28개국 EU의 GDP 역시 올해 2.3%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종전 전망치인 1.9%에서 높여 잡았다.
EC의 피에르 모스코비치 경제위원은 WSJ에 “장기적으로 완만하던 경제활동 증가가 보다 견조하고 장기적인 성장세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의심할 여지없이 우리는 유럽의 경제 회복의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렉시트라는 짙은 안개에 둘러싸인 영국 경제마저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올해 3분기 영국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4% 증가하면서 전문가 전망치를 상회했다. 물가상승률도 3%에 육박하면서 영란은행은 11월에 10년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ECB가 대규모 양적완화를 이어가는 것도 유럽 경제 활동을 떠받치는 요인이다. S&P의 장 미셸 식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초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유로존 경제와 증시가 활기가 넘친다“면서 ”ECB의 양적완화가 역대 가장 수용적인 자금조달 환경을 유지시키고 있다. 2019년까지 기준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 경제에 위험요인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EU는 여전히 9%를 넘는 높은 실업률과 저조한 임금 상승률, 인플레 압력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브렉시트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여전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경제 정책 향방에 따른 금융시장 급락 위험도 상존한다.
EC가 내년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2.1%, 2019년 전망치를 1.9%로 제시하며 올해에 비해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 것도 이 같은 리스크를 반영해서다. 게다가 이번 전망은 영국와 EU의 무역관계가 현재 상태를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도출한 것이므로 브렉시트 결과에 따라 성장률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는 앞서 브렉시트 반대론자들이 예고한 만큼의 극단적인 충격은 없었다. 그러나 코메르츠방크의 피터 딕슨 이코노미스트는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브렉시트의 경제적 여파와 관련해 “영국 경제는 2008년처럼 한 번에 치명타를 입기보다는 천천히 경제활동의 숨통을 조이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의 고질적인 경제 격차도 여전하다. 예를 들어 8월 기준 스페인의 실업률은 17%였지만 독일은 3.6%로 완전고용에 가까웠다. 안 그래도 조기 긴축을 요구하던 독일은 최근 자산버블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FT에 따르면 독일의 경제전문가위원회는 8일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환경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이끌었지만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자산 가격이 급격하게 추락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위원회는 ECB의 정책이 지나치게 불투명하다면서 계획보다 일찍 양적완화를 종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