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국정원發 판도라상자 열리자 “정치보복…국가 파괴하는 건 쉽다”
2017-11-13 07:51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적폐 청산’에 드라이브를 건 문재인 정부를 향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은 12일 바레인으로 출국하기 직전 여권의 적폐청산 작업을 ‘정치 보복’, ‘감정풀이’ 등으로 평가절하한 뒤 “한 국가를 파괴하고 쇠퇴시키기는 쉽다”며 날을 세웠다. 이 전 대통령이 현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것은 9월28일 이후 46일 만이다.
이 전 대통령은 추석 연휴 직전 ‘적폐청산=퇴행적 시도’로 규정한 뒤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MB, 출국장에서 "정치보복 의심"
이 전 대통령이 언급한 6개월은 검찰수사 기간을 의미한다. 검찰은 이 시기 국정원 댓글부대 의혹을 시작으로, ‘박원순 제압 문건’, ‘공영방송 장악’ 등의 국정원 적폐를 벗겨냈다.
이 과정에서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았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결국 구속됐다. 이 전 대통령의 추가 입장 발표도 김 전 장관이 댓글활동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진술한 직후에 나왔다.
◆이동관 "MB, 시시콜콜 지시 안해”···靑, 말 아끼지만 갈길 간다
이 전 대통령은 “새로운 정부 들어와서 오히려 사회 모든 분야의 갈등과 분열이 깊어졌다.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군의 조직이나 정보기관의 조직이 무차별적이고 불공정하게 다뤄지는 것은 우리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군 사이버사령부 수사 등을 겨냥한 말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군 사이버사령부 보고 의혹에 관해 묻자 “상식에 안 맞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 전 대통령 핵심 측근인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분명히 말씀드린다 (이 전 대통령은) 시시콜콜 지시한 바 없다”며 “문제가 된 댓글 전체의 0.9% 중 절반만 법원이 받아들여 0.45%의 진실”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불공정 특권구조 바꾸자는 것”이라며 직접적인 비판을 삼갔다.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이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한 보수야당 간 정면충돌, 그로 인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도 전직 대통령을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는데 대한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라며 “당분간 검찰이 키를 쥐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확전을 자제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개혁 추진에 나설 방침이어서 당분간 신·구 정권 간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