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재설계⓷] 천하9分之計 현대차가 고객경험 본부 만든 까닭

2017-11-10 09:00
현대기아차, 글로벌 조직개편 전열을 갖추다...전세계 현장의 다양한 고객들 접점을 분석 통합

[사진=아주경제 DB]

2000년 9월 25일 서울 양재동 신사옥에서 개최된 현대자동차그룹 출범식. 정몽구 회장은 “2005년 세계 5위의 품질을 확보하고, 2010년에는 5대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GT5 비전’을 발표했다.

이날 정 회장과 임직원들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정 회장은 행사 내내 상기돼 있었고, 내빈들을 응대하면서 환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전 계열사는 'GT5 비전'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한 몸처럼 움직였고, 정 회장은 결국 이를 실현했다.

글로벌 생산능력만 놓고 봐도 현대·기아차는 불과 10년 전인 2007년만 해도 연 500만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판매량이 50만대 안팎씩 늘면서 생산능력을 키워왔다. 지금은 세계 10개국 35개 공장을 통해 연간 908만대를 생산한다.

◆2020년 도약 위해 글로벌 조직 개편 등 전열 정비

하지만 올해 들어 현대·기아차는 역대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시장 성장 둔화, 신흥시장 경제위기 우려, 선진시장 저성장 지속 등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정체 상태에 들어갔다. 경쟁사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 향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유연한 글로벌 현장 경쟁력 강화를 포함한 중장기적 생존전략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조직 개편은 물론 이종 산업 간 협업을 통한 활로 찾기에 나섰다. 또한 제네시스 브랜드, 고성능 라인업,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분야에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해 지금의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기로 했다.

우선 현대·기아차는 지난 10월 세계 시장 대응력 강화를 목표로 글로벌 조직 운영체계 혁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을 주요 권역별로 분할하고, 각 권역은 상품 운용과 시장전략, 생산, 판매 등을 통합 운영하게 된다.

특히 신속한 의사결정 및 본사와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빠르고 유연한 현장 중심의 '자율 경영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자율 경영시스템은 내년 북미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글로벌 주요 사업현장에 권역별로 도입된다. 현대차는 북미와 인도를, 기아차는 북미를 시작점으로 삼았다.

권역별 시스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현대차그룹은 이미 현장 중심 의사결정 체계를 강화해왔다.

일례로 지난 8월에는 중국 사업본부와 연구개발 본부를 한곳으로 모아 별도의 중국제품개발본부를 출범시킨 바 있다. 이는 상품전략과 연구개발 기능을 통합해 중국 시장 환경과 고객 니즈를 반영한 경쟁력 있는 차량을 적기에 출시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객경험본부’ 신설로 브랜드 방향성 제시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사업 현장에 대한 효율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본사의 역할과 기능도 일부 조정할 예정이다. 전사 협업을 돕고 업무 조정 체계를 갖추는 것은 물론 중장기 계획 아래 미래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현대·기아차가 지난 2월 신사업 발굴과 미래 혁신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전략기술본부'를 출범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이번에 마케팅과 고객채널 등 고객 접점 부문을 통합, 일관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고객경험본부'를 신설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의 핵심 가치인 고객 최우선 정책을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고객경험본부'는 글로벌 현장들의 차별성을 적극 반영하면서도 전체 브랜드 차원의 전략 및 마케팅을 기획하고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전사 관점에서 판매, 서비스 등 딜러 관리와 관련된 일관된 방향성을 제시하고 지원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보다 민첩하고 유연한 글로벌 현장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