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군제 경제학①] 중국 넘어 지구촌 최대 쇼핑 축제로
2017-11-09 18:00
글로벌 소비자·브랜드 대거 참여
지난해 하루 매출액 1207억 위안
美 3대 쇼핑시즌 매출의 3배 넘어
올해 매출도 1500억 위안 전망
지난해 하루 매출액 1207억 위안
美 3대 쇼핑시즌 매출의 3배 넘어
올해 매출도 1500억 위안 전망
중국을 넘어 글로벌 쇼핑 축제로 거듭난 11월 11일 ‘광군제(光棍節, 독신자의 날)’에 전 세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과거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며 중국인만의 쇼핑축제에 불과했던 광군제는 아시아는 물론 미국·유럽까지 퍼지며 쇼핑축제 원조 격인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넘어서 세계 최대 쇼핑 행사로 자리잡고 있다.
광군제는 1993년 중국 난징(南京)대학교 학생들이 애인이 없는 '솔로'들끼리 서로 챙겨주고 위로하자는 취지로 11월 11일을 기념일로 정하며 탄생했다. 이후 2009년 알리바바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쇼핑몰 타오바오상청(淘寶商城, 톈마오의 전신)이 판촉 행사로 활용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타오바오상청은 지난 2012년 톈마오(天貓)로 이름을 변경했다.
장융(張勇)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는 “10월(국경절), 12월(성탄절)과 달리 대표적인 기념일이 없는 11월에 기억에 남는 이벤트를 하자는 취지로 광군제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11월은 남쪽은 가을로, 북쪽은 겨울로 변하는 환절기라 의류·가전 등 소비자들의 방한제품 수요가 높아져 행사를 진행하기도 적합하다”고 광군제 탄생 배경을 전한 바 있다.
지난해 거래액은 1207억 위안에 달하며 7년 만에 1200배가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매출액은 1500억 위안, 참여 업체는 14만개로 추산돼 또다시 광군제 ‘신기록’이 탄생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광군제 매출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사이버먼데이(Cyber Monday), 추수감사절의 총 소비규모보다 3배가 많아 글로벌 최대 쇼핑 축제임을 입증했다.
중국 내 쇼핑 축제로만 불리던 광군제의 글로벌화는 지난 2014년 9월 알리바바의 세계화 전략 수립과 함께 본격화했다.
장융 CEO는 “광군제는 중국인들을 위한 쇼핑 축제가 아닌 더 많은 외국인들이 참여하는 행사가 될 것"이라며 "전자상거래에는 국경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올해 광군제 전략 키워드를 △글로벌화 △신유통 △엔터테인먼트화로 잡았다.
올해 알리바바는 지난해보다 5.5배가 많은 해외 브랜드를 참여시키고,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중국 브랜드 100여개의 해외 판매를 진행한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인수한 동남아시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라자다(LAZADA), 인도 전자결제업체 페이티엠(Paytm) 등과도 협력한다. 해외 시장에서의 중국 제품 판매량, 중국 시장에서의 해외 제품 판매량을 동시에 늘려 글로벌 최대 쇼핑 축제로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허마성셴(盒馬生鲜), 이궈(易果), 싼장쇼핑(三江購物), 인타이(銀泰), 쑤닝(蘇寧) 등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과 신유통 전략을 추진하고, 자체 보유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봉황망은 “알리바바는 각종 쿠폰 할인 행사, 광군제 전야제 행사 등을 통해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소비 체험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융합한 것이 세계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글로벌 미디어센터를 만들어 지난 2013년부터 광군제 행사를 전 세계 미디어를 통해 생중계하고 있다. 봉황망은 올해 알리바바 광군제 전야제 생방송 시청자가 2억명을 돌파하고, 수천만명이 모바일에서 동시 접속해 물건을 구매할 것으로 내다봤다.
알리바바를 바짝 추격하는 2인자 징둥상청도 홍콩·마카오·대만 등에서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해 해외 시장 점유율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해가 거듭날 수록 매출 규모는 물론 소비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광군제 행사 참여 열기는 한국·일본·미국·독일 등 세계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일본 대형 유통업체 이온(AEON)은 10일부터 17일까지 광군제 세일을 진행하고,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은 광군제 당일인 11일 하루 2억9000만개 상품에 대한 할인 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 유명 운동화 위탁 판매업체인 스타디움 굿즈(Stadium Goods)는 뉴욕 매장에 중국어로 된 ‘두이롄(對聯. 복을 부르는 부적)’을 붙이고 광군제 소식을 알렸다. 독일 유통업체 메트로(Metro)도 톈마오의 마스코트를 활용해 홍보에 나섰다.
한국 유통업계도 한·중 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봉합과 함께 광군제 특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댓글 적립금, 경품 이벤트를 펼친다. 신라면세점은 중국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훙바오(紅包, 중국인들이 세뱃돈을 넣는 붉은 주머니)와 골드바 이벤트를 진행하는등 광군제 대비 마케팅 전략을 강화했다.
세계로 확산된 광군제를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소비자·브랜드·사업가·협력 파트너들의 릴레이 축제로도 성장했다고 평가하며, 인터넷과 빅데이터를 아우르는 하나의 ‘상업적 기적(商业奇迹)’을 만들어냈다고 봤다.
판허린(盤和林) 중국 재정과학연구원 응용경제학 박사는 “광군제는 표면상으로 가격 등 마케팅 수단 경쟁인 것처럼 보이나 인터넷 데이터·물류 등의 경쟁이 내포돼 있다”며 “모바일 결제, 물류의 글로벌화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판 박사는 "광군제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커진 것은 사실상 모바일 결제의 해외 진출이 커진 결과"라며 알리페이와 러시아의 웹머니(Webmoney), 키위(Qiwi) 간 협력을 예로 들었다. 그는 "덕분에 2016년 11월 11일 하루에만 러시아에서의 주문 건수는 2000만건에 달했다"며 "이는 그해 알리바바 광군제 해외 주문량의 60%를 차지하는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최근 알리바바는 필리핀·말레이시아·태국 등에서 현지 온라인 결제 서비스 업체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고 알리페이 보급에 나서며 크로스보더(跨境) 결제 서비스 능력을 갖춰가고 있다.